대한항공 한선수. 스포츠동아DB
22일 인천 계양체육관 인터뷰 룸은 유례없이 붐볐다.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들어오던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이 당황할 정도로 취재진 숫자가 많았다.
손가락 부상 이후 42일 만에 선발 출장한 대한항공 한선수는 5세트 20-19에서 경기를 끝내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뒤 인터뷰 룸에 들어왔다. 이날 경기, 대표팀과 관련한 많은 얘기가 오가고 난 뒤 한선수가 이례적으로 취재진에게 질문을 했다. 그는 “아시아쿼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상대 블로커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곳으로 공을 연결하는 고수답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미묘한 화두를 던졌다.
● 왜 남자구단들은 아시아쿼터를 원하나
선수들과 현장감독 등 많은 배구인들은 아시아쿼터 도입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단순히 외국인선수에게 포지션을 하나 더 내주는 것 이상으로 신경을 쓴다고 보는 것이 맞다. 어느 감독은 “한국배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구단들의 방안대로라면 모든 포지션에서 토종선수보다 가성비 높은 선수를 데려와서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호주 이란 인도 카타르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중국에서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를 싸게 데려올 수만 있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구단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치솟은 특급 선수들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선수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한다. 좋은 선수가 많은데 수요가 적다면 당연히 몸값은 떨어진다. 지금의 V리그는 반대의 경우여서 토종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최근 국제배구시장에서 거품이 빠져 세계적인 선수들도 연봉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배구계의 소문대로라면 현재 지구상 최고연봉선수 톱3 안에 우리 선수들이 들어갈 것이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겠지만 V리그의 시장규모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구단들은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 꿈나무도 살리고 구단도 좋아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 방법으로 나온 아시아쿼터 또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두 의견 모두 타당한 논리가 있다. 결국 모두가 좋아지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많은 팬들은 정답도 제시했다. 아시아쿼터 얘기가 기사화되자 국제대회 경쟁력의 저하와 제대로 경기에서 뛰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선수들을 언급하며 2군 리그 도입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우선 토종선수들을 키우고 그 탄탄한 바탕에서 아시아쿼터 도입을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어느 감독은 “팀당 1군 14명, 2군 10명이면 충분히 1,2군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엔트리를 조금만 더 늘리면 전혀 어려운 방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비용이 든다. 지금도 운영을 버거워 하는 구단에 미래를 위해 더 투자를 하라면 고민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구단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시아쿼터를 도입하고 싶다면 그 보다 먼저 언제 어떤 방식으로 2군 리그를 시작할 것인지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에게 양보를 원한다면 부탁하고 대신 더 많은 배구 꿈나무와 웜업존에서 사라져가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줄 방법을 제시해야 팬과 선수들의 마음은 움직일 것이다. 가장 먼저 이사회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2군 리그를 시작할 것인가부터 논의해야 문제해결의 문은 열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