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김원중. 스포츠동아DB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원중은 지난해까지 통산 123경기 중 73경기를 선발로 소화했다. 선발 346.1이닝에선 19승25패, 평균자책점(ERA) 6.44로 좋지 못했다. 불펜으로 나선 50경기도 롱릴리프 정도였고, 통산 세이브는 없었다. 지난해까지 롯데 지휘봉을 잡은 모든 감독은 김원중을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고 경험을 쌓도록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 앞서 부임한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은 김원중을 ‘클로저’로 낙점했다. 회전수가 뛰어난 빠른 공에 포크볼만으로도 1이닝을 깔끔히 막을 수 있으리란 판단이었다. 그리고 김원중은 20일까지 23경기에서 2승10세이브, ERA 1.08로 펄펄 날고 있다.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1.1이닝 3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시즌 10세이브째를 챙겼다.
지난해 10개 구단 마무리투수의 절반 이상이 새 얼굴로 채워지는 등 급격한 뒷문 세대교체가 리그 전반의 흐름이었지만 롯데에는 예외였다. 2016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로 데려온 손승락(은퇴)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승락이 유니폼을 벗자 뒷문이 순식간에 헐거워졌다.
역대 롯데 마무리투수를 살펴봐도 김사율, 김성배, 손승락(이상 은퇴) 등 30대 중반 베테랑들의 이름이 즐비하다. 20대의 젊은 피가 롯데 뒷문을 지켜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마지막 사례는 2006년 나승현(16세이브)이다. 14년 만에 김원중이 그 명맥을 이은 셈이다.
선발투수 시절에는 불안감을 감추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안정감까지 느껴진다. 의도적으로 어렵게 승부해 볼넷을 내준 뒤 유주자 상황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배짱까지 갖췄다. 김원중은 “마무리투수로서 나름대로 루틴을 갖춰가고 있다. 경기에 안 나가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짜릿함 자체는 선발 때보다 지금이 더 강하다. 마무리투수만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팬들도 20대 클로저의 등장에 환호를 보낸다. 호출을 받고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생수병을 던지고 뛰는 그의 모습에 ‘페트플립’이라는 별명까지 안겨줬다. FA, 2차 드래프트 등을 통한 외부수혈이나 외국인투수로만 채워왔던 롯데의 뒷문에 든든한 주인이 생기는 분위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