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구창모-롯데 스트레일리-NC 루친스키-키움 요키시(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롯데 자이언츠
2020시즌 KBO리그가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27일까지 리그 전체 일정(720경기)의 47% 정도를 소화한 가운데 평균자책점(ERA) 부문 타이틀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ERA는 투수의 역량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다. 기본적으로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워야만 수상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는 ERA의 가치가 그만큼 높은 현실을 대변하는 여러 근거 중 하나다.
초반에는 NC 다이노스 구창모(23)와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31)의 ‘투톱’ 체제가 굳건했는데, 최근에는 NC 드류 루친스키(32)와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32)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4명 모두 아직 100이닝을 넘기진 않은 만큼 ERA가 큰 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타이틀 홀더를 예단하긴 어렵다. 현 시점에서 ERA 타이틀 홀더 후보 4인의 매력을 살펴봐도 난형난제다.
27일 현재 이 부문 1위는 구창모다. 13경기에 선발등판해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12회를 포함해 9승무패, ERA 1.55를 기록 중이다. 5월까지 0.51이었던 ERA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만, 안정감에는 큰 차이가 없다. 최고 구속 150㎞에 이르는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의 4개 구종을 완성도 높게 구사하는 데다 9이닝당 10.24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도 볼넷 허용은 1.76개에 불과한 안정감이 최대 강점이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 역시 0.82에 불과하니 실점 확률 자체가 낮다.
스트레일리는 7월 들어 엄청난 페이스를 보이며 ERA 2위까지 올라왔다. 15경기에서 QS 9회를 포함해 5승2패, ERA 1.88, WHIP 0.93을 기록 중이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3.11점에 불과한 최악의 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이 최대 강점이다. 포심과 슬라이더의 조합이 워낙 뛰어나 9이닝당 삼진도 9.13개에 달한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루친스키는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와 함께 리그에 2명뿐인 10승 투수다. 최근 12경기 연속 QS를 기록하는 등 14경기에서 10승1패, ERA 1.99로 고공행진 중이다. 투심패스트볼(투심)과 포심, 커브, 스플리터 위주의 투구 패턴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팀의 상승세와 맞물려 경기운영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 41경기 중 선발등판이 한 차례뿐이었다는 약점을 스스로 상쇄하며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다는 점은 다른 외국인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요키시는 14일까지만 해도 ERA 1위(1.41)에 올라있었다. 21일 잠실 두산전 5.2이닝 6실점의 부진 탓에 ERA가 2점대까지 치솟았지만, 여전히 가시권에 있다. 14경기에서 QS 12회를 포함해 9승3패, ERA 2.12, WHIP 0.94의 성적은 좋은 투수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그에서 0점대 WHIP를 기록 중인 투수는 구창모, 스트레일리, 요키시의 3명이 전부다. 투심으로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는 능력이 리그 톱클래스급이라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