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상원. 스포츠동아DB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투수 정우람과 함께 한화 불펜의 핵심자원으로 꼽혔다. 2018년과 2019년 모두 60경기 이상을 뛰었을 정도로 그에 대한 한화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철석같았다.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은 상대 타자들에게 큰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은 시즌 초반이었다. 팀의 최하위 추락과 연패, 그 속에서 불펜투수로 겪는 어려움들. 한때 평균자책점(ERA)이 6점대까지 치솟은 박상원에게는 모든 게 잔혹하기만 한 시즌이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여름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벌게 된 그는 투구폼 수정으로 과거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되찾으려고 애썼다. 그 결과, 와인드업 과정에서 힘을 모으는 시간을 더 만들었고, 이는 1군 복귀 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8월 18일 1군에 돌아온 박상원은 8월 5경기에 등판해 ERA 0.00을 찍었고, 9월에는 22일까지 11경기에 등판해 2.31을 마크했다. 8, 9월을 합쳐도 실점한 경기가 단 한 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시즌 ERA도 4점대 초반(4.24)까지 떨어트렸다.
박상원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 부진해 팀이 힘든 상황에서 2군에 갔다. 이제는 어떻게 잘 마무리하는가만 남았다. 팀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담담하게 최근 활약상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바뀐 투구폼에 대해선 “주자가 없을 때 세트 포지션에서 다리를 드는 게 불편하다고 느꼈다. 2017년에 와인드업을 했던 폼으로 바꿨는데, 조금 더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어 느낌이 좋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 시도한 변화에 자신감이 붙어서일까. 박상원은 올해 또 다른 변신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트레이드마크인 ‘기합소리’ 줄이기다. 그는 “코로나19의 여파도 있고, 상대팀에서도 계속 얘기가 나와 고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를 일부러 방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습관이다 보니 고치기가 어렵더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단계이니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