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산틸리 감독의 스마트&스파이시 배구와 절대 1강 대한항공에게 변수는?

입력 2020-10-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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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전력의 짜임새가 좋고 오랜 시간 함께 한 선수들의 기량이 정점에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가 어떻게 표출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전력의 짜임새가 좋고 오랜 시간 함께 한 선수들의 기량이 정점에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가 어떻게 표출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모두가 “이번 시즌은 대한항공이 1강”이라고 얘기한다. 전력구성의 짜임새가 가장 빼어나고 오랜 시간 함께 한 선수들의 기량이 정점에 있다는 평가다.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성과도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은 주전센터 2명이 팀을 떠났다. 김규민은 군에 입대했고 진상헌은 OK저축은행에 자유계약(FA)선수로 갔다. 이 변화가 팀의 안정된 전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세터 한선수가 버티기에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대한항공은 지난 4년간 많은 영광을 안겨준 박기원 감독과 작별하고 남자팀 최초의 외국인감독 로베르토 산틸리를 선임했다. 선진 유럽식 배구를 V리그에 접목하겠다는 원대한 뜻을 담았다. 새 시즌 달라질 대한항공의 배구가 어떤 모습일지 모두가 궁금해 한다. 이방인 감독은 “스마트한 배구, 스파이시 배구”를 얘기했다.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 사진제공|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의 ‘스마트&스파이시’ 배구는?
현재 유럽리그의 대부분 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선택한 산틸니 감독은 센터중심의 플레이를 원한다. 상대의 짧은 서브 때는 센터가 리시브에 가담하면서도 공격 때는 항상 3번 자리에서 출발하는 방식이다. 백A 속공과 시간차 공격은 선호하지 않고 센터의 넓은 공격범위를 원한다. 감독은 선수들의 현명한 상황예측과 범실 없는 플레이를 지시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훈련이나 경기 때 불같이 화도 낸다. 그런 면에서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레프트 곽승석이다. 범실이 적고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전 감독과는 달리 세터 한선수에게도 주문이 많다. 그래도 “이런 선수와 함께해서 행운”이라며 기량을 인정한다. 팀의 중심인 한선수가 새롭게 짜여진 센터진(진지위~이수황~진성태~한상길)을 어떤 플레이로 얼마나 살려줄지가 변수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62.61%의 속공성공률로 이 부문 1위였다. 속공득점은 현대캐피탈(321득점)에 이어 2위였다. 118세트에서 273득점을 했는데 김규민과 진상헌이 258득점을 했다. 이 득점이 오롯이 센터의 능력인지 아니면 좋은 세터와의 합작 결과인지가 새 시즌에 확인된다.

다른 팀보다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낮은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종합공격 성공률(55.48%), 퀵오픈 공격성공률(60.68%) 백어택 공격성공률(57.50%)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공격루트로 상대를 압도했다는 뜻이다. 날개공격은 멤버구성에 큰 변화가 없기에 중앙에서의 공격이 지난 시즌의 기록을 넘어서면 이번 시즌에도 순항할 수 있다.


비예나와 임동혁의 현명한 상생 방법은
산틸리 감독에게는 숙제도 있다. 제천·KOVO에서 외국인선수 비예나 없이 결승전까지 진출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 대회 이후 감독은 외국인선수의 영향력이 유럽리그보다 훨씬 큰 V리그의 현실을 파악했다. 외국인선수 비예나가 스페인 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출전준비가 늦어진 가운데 감독은 임동혁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2017년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해 이제 4년차 시즌이다. 모두가 기대했던 포텐셜을 막 터뜨리려고 한다. 지난 시즌 786득점으로 최다득점을 기록했던 에이스 비예나가 같은 포지션에 있다. 어떻게 해서든 비예나와 임동혁이 상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것이 성공하면 곽승석~정지석의 안정된 리시브와 한선수의 연결은 더욱 빛날 것이다.

대한항공의 최대장점은 국가대표 리시브라인이다. 하지만 2명으로 한 시즌을 버텨내기는 힘들다. 새로운 전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제 4번째 시즌을 맞는 김성민이 많은 연습경기에 출전하며 플랜B로 자리를 잡았다. 부상에서 회복중인 레프트 손현종까지 가세하면 질과 양에서 충분해진다. 리베로는 프로 2년차 오은렬과 정성민이 버티고 이지훈도 기회만 노린다. 11월에는 군에서 백광현도 돌아온다. 그래서 받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윈 나우’ 대한항공의 약점은 체력?

누가 뭐래도 현재 V리그 최고의 세터인 한선수는 올해 35세다. 절정의 기량이고 현역생활을 오래 이어가려고 노력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팀의 살림꾼이자 라커룸 리더 곽승석도 32세다. 둘이 경기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출전할 수만 있다면 대한항공은 걱정할 일이 사라진다. 정점에 있는 정지석은 3년 FA계약의 2번째 시즌이다. 군 입대도 생각해야 한다. 3명이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다. 대한항공은 3명의 기량이 최고조일 때 많은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새로 조종간을 잡은 감독의 착륙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팀에 새로운 배구의 방향도 제시해야 하지만 좋은 결과도 만들어야 한다.

구단과 1년 계약을 맺은 그는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 뒤 재평가를 받을 생각이다. 그래서 시즌의 밑그림은 ‘윈 나우’다. 2019~2020시즌이 코로나19 탓에 조기 종료되면서 팀 창단 이후 첫 통합우승의 도전기회를 아쉽게 놓쳤기에 이번 시즌의 목표도 당연히 통합우승이다.

다혈질인 산틸리 감독은 목표를 위해 싫은 소리도 자주 한다. 야단보다는 칭찬을 많이 했고 많은 훈련보다는 실전을 위한 컨디션 조절에 더 힘을 썼던 이전 감독과는 훈련방식도 선수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달라진 지휘방식을 대한항공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체력과 함께 시즌 성패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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