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정원(가운데)은 올 시즌 수비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에 헌신했다. 학창 시절 촉망받는 윙포워드였지만, 한계를 느끼고 풀백 전향과 미드필더 겸업 등을 선택한 덕분에 인상적인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포항 스틸러스는 우려를 딛고 선전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14승11무13패, 승점 53으로 6위를 차지했다.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에도 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김기동 감독(현 FC서울)을 포함한 기둥들의 이적으로 위기감이 컸던 사실을 고려하면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태하 감독 체제에서 선수들이 새 전술에 빠르게 녹아들며 제 몫을 한 덕분이다. 특히 고비마다 난세의 영웅이 등장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 중 최고는 ‘멀티플레이어’ 어정원(25)이었다.
어정원은 올 시즌 리그 28경기(1골·2어시스트)에 출전했다. 주 포지션은 윙포워드지만, 올 시즌 수비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예년보다 뎁스가 약해진 포항에 큰 힘을 보탰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그러나 어정원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덕분에 경기에 많이 뛰었지만, 그만큼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며 “기동력만큼은 남들보다 더 낫다.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멀티플레이어가 된 배경에는 ‘자기 객관화’가 있었다. 학창 시절 촉망받는 윙포워드였으나, 2021시즌 부산 아이파크 입단 이후 한계를 느꼈다. 이에 2022시즌부터 풀백을 겸업했고, 올 시즌에는 중앙 미드필더와 3백의 스토퍼 역할까지 맡으며 만능 살림꾼으로 거듭났다. 윙포워드로선 애매했지만, 자신의 장점에 다재다능함을 얹으면서 잠재력을 꽃피웠다.
어정원은 “프로 데뷔 초창기 윙포워드로서 경기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외국인선수들과도 경쟁해야 해 풀백 전향을 자청했다”며 “사실 나는 드리블은 오른발, 킥은 왼발이 편한 독특한 양발잡이다. 팀 최고참인 (신)광훈이 형에게도 수비 방식과 공의 첫 터치 방법 등을 많이 물어보는 등 내 강점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박 감독님께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셨을 때 당황했지만, 선수는 결국 경기를 많이 뛰어야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 앞으로도 경기에 많이 뛸 수 있도록 멀티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