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한국축구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 개막이 늦어진 가운데 전북 현대는 K리그1(1부) 정상에 올라 사상 첫 4연패에 성공했다. 또 FA컵마저 가져가며 구단 창단 이후 첫 더블(2관왕)을 달성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K리그2(2부) 우승으로 강등 첫 해 곧바로 승격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리그와 FA컵에서 연거푸 준우승에 머물렀던 울산 현대는 2012년 이후 8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불운의 2인자’ 꼬리표를 뗐다.
이들 구단은 우승 자격이 충분했다. 모두가 주저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울산)이나 현대자동차(전북), SK그룹(제주)의 과감한 지원이 결국엔 성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울산과 전북은 K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슈퍼매치’를 벌이며 날카롭게 대립했던 것보다 더 치열한 ‘현대가(家) 더비’를 구축했다. 상대방에 뒤질세라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팀 연봉 총액은 전북이 1위(158억 원), 울산이 2위(119억 원)였다. 이들의 자존심 싸움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의 올해 목표는 K리그 정복이었다. 2005년 이후 15년 동안 우승에 목말랐다. 지난 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전북에 우승컵을 내준 울산은 포기하지 않았다. 통 큰 투자로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이청용과 조현우, 윤빛가람, 홍철 등을 영입해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구성했다. 비록 리그에선 불운을 겪었지만 더 큰 무대인 ACL에서 꿈을 이뤘다. 울산은 ACL 무패(9승1무) 우승으로 명예회복은 물론이고 두둑한 상금도 챙겼다. 최근의 꾸준한 투자가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정상 정복이었다.
투자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구단이 전북이다. 최근 10년간 K리그의 큰 손이었다. 지방 구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반 시설은 물론이고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즉시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지난 시즌 MVP 김보경을 비롯해 쿠니모토, 조규성 등을 데려와 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시즌 중반 빈틈이 보이자 구스타보와 바로우 등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구멍을 메웠다. 장기 플랜 속에 마케팅과 조화를 이루며 K리그의 리딩클럽으로 우뚝 섰다. 통산 최다 우승(8회)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제주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2019시즌 꼴찌로 강등 당한 제주는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바꾸며 완전히 새판을 짰다. 2부로 떨어졌어도 지원을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남기일 감독의 선임이나 이름값 있는 1부 선수 영입 등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 결과가 2부 우승과 함께 승격으로 이어졌다.
뿌린 만큼 거둔다고 했다. 투자 없이 좋은 성적은 불가능하다. 구체적인 비전과 거기에 맞춘 지원이 조화를 이뤄야한다. 투자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이번 시즌이 똑똑히 말해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