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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이후 2라운드까지의 1단계는 각 팀이 비시즌 동안 준비한 것들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고 구성원들의 손발을 맞추는 시기다. 준비한 퍼즐에 이상이 있다면 과감하게 수정도 한다. 공교롭게도 남자부에선 시즌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결정들이 2라운드에 나왔다.
개막 7연패에 빠졌던 한국전력은 용감한 트레이드로 반전에 성공했다. 신영석-황동일-김광국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영입한 이후 12승5패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도 시즌 초반 세터 하승우가 흔들리고 나경복의 부상으로 울고 싶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승우를 주전 세터로 고정하고, 알렉스를 라이트로 돌린 뒤 10승5패를 기록했다. 앞으로 남자부의 관전 포인트는 이들 두 팀의 ‘봄 배구’ 진출 여부가 될 것이다.
3·4라운드는 각 팀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점점 맞아가면서 조직력이 중요해진다. 더불어 봄 배구에 갈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난다. 26일 4라운드 최종전을 남겨둔 여자부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3·4라운드에서 각각 7승2패와 6승3패를 거뒀다. 두 팀의 봄 배구 진출은 이변이 없는 한 확정적이고, 이제는 3위 경쟁이 핫이슈다.
도로공사는 3·4라운드 5승5패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3위 자리를 지켜왔던 IBK기업은행과 경쟁 상대 KGC인삼공사는 각각 4승6패를 기록했다. 두 팀 모두 4라운드에 1승4패로 부진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도 3승7패로 봄 배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KGC인삼공사와 현대건설의 고민은 똑같다. KGC인삼공사는 염혜선과 디우프, 현대건설은 김다인과 양효진 등 주전 세터와 주 공격수의 호흡이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도로공사가 최근 부쩍 좋아진 것은 이고은과 켈시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라자레바가 경기마다 부침이 심한 것이 아쉽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감독들은 외국인선수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 여름부터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려왔기에 점점 지치고 고향생각도 날 때다. 이제는 차츰 시야를 돌려 다른 팀과 비교도 하고, 미우나 고우나 시즌 끝까지 함께 갈 상황의 변화도 안다. 칼자루는 외국인선수가 쥐었다. 이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은 감독이 아니라 동료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손발이 아닌 마음을 먼저 맞추는 동기부여가 키워드로 떠오를 때다.
마지막으로 조심할 것은 부상이다. 최근 GS칼텍스는 한수지와 권민지에 이어 22일 현대건설전 도중 강소휘가 발목 부상을 당했다. 흥국생명도 3라운드에 2승3패로 부진했던 이유는 루시아의 어깨부상 탓이었다. KB손해보험도 23일 현대캐피탈전 도중 케이타가 허벅지 통증으로 빠지면서 낭패를 볼 뻔했다. 다행히 경기는 이겼지만 남은 시즌 정상의 몸으로 출전해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부상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운의 영역이지만, 일단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비할 카드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이제는 동기부여와 함께 버티기의 싸움이 시작될 시기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