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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구협회도 이날 이들의 국가대표팀 제외를 결정했다. 협회는 “현재 제기되는 학교폭력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모든 국제대회에 무기한 국가대표선수 선발에서 제외하겠다. 향후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올림픽정신을 준수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국가대표팀에 임할 수 있는 지도자 및 선수만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2020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전에서 태국을 3-0으로 누르고 여자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크게 기여한 쌍둥이 자매의 올림픽 출전 꿈은 무산됐다.
배구협회는 또 이재영-다영의 어머니 김경희 씨와도 선 긋기에 나섰다. 협회는 “지난해 열린 ‘2020 배구인의 밤’ 행사에서 김 씨가 받은 ‘장한 어버이상’의 수상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씨가 이들을 한국 최고의 선수로 길러낸 공로를 인정해 시상했지만,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이슈를 고려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980년대 명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김 씨는 이번 사건으로 본인의 명성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10일 과거 함께 선수생활을 한 누군가가 학창 시절 겪은 불미스러운 일을 폭로한 지 닷새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과거의 그릇된 행동이 문제가 되자 즉시 자필 사과문을 냈지만,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요즘 세대가 가장 분노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 중 하나다. 흥국생명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기에 두 사람에게 어떤 징계를 내려야 할지를 놓고 설 연휴 내내 고민했다.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결정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두 선수는 자숙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만약 이재영-다영 자매가 코트 복귀를 원한다면 오직 “피해자와 팬들이 용서할 경우에 한해”라고 못 박았다. V리그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자매가 언제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이제 피해자와 팬들의 용서에 달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