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게 볼 수 없는 초짜’ 김상식, ‘스승’ 최강희의 향기가 묻어나다

입력 2021-03-02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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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초짜 같지 않은 초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K리그1(1부)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45)의 모습이다.

전북은 지난달 27일 FC서울을 상대로 한 ‘하나원큐 K리그1 2021’ 홈 개막전(1라운드)에서 2-0 쾌승을 거뒀다. 스코어와 경기력이 완전히 비례한 것은 아니지만 홈팀이 원한 결과였다.

우선 유쾌한 추억이 이어졌다. 역대 K리그 개막전에서 15승8무3패를 기록한 전북은 승점 3을 챙기며 긴 시즌의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또 서울을 상대로 최근 11경기 연속 무패(9승2무)를 포함해 K리그 통산 35승25무33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김 감독에게는 더 의미가 컸다. 프로 사령탑 데뷔전에서 거둔 승리다. 전북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현역으로 뛰고 2014년 여름 코치로 합류해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과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을 보좌한 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았다.

부담스러운 경기였음에도 김 감독은 여유로웠다. “서울도 그럴싸한 계획이 있을 거다. 우리에게 2골 내주기 전까지”라며 뼈있는 우스갯소리도 남겼다. 이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한 방 맞을 때까지”라는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과거 코멘트에서 따온 것으로, 그만큼 자신감이 가득했다. 데뷔전 선발 라인업을 고민하는 대신 “기죽지 말라며 와이프가 내 돈으로 정장을 사줬다. 오늘 어떤 구두를 신어야 더 멋있게 보일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거침없고 위트 넘친 그의 모습은 지도자의 길로 그를 인도했던 최 감독을 연상시켰다. 최 감독 역시 평소 입버릇처럼 “김 선생은 리더 자질이 충분하다”며 주저 없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곤 했다.

그라운드 밖에선 유머러스했으나 경기 중에는 과감했다.

K리그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임시 결정에 따라 경기당 3회 이내에 교체카드 5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22세 이하(U-22) 선수를 선발로 투입하고, 90분 동안 또 다른 U-22 멤버를 출격시켜야 5명 활용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후반 32분 종아리 통증을 느낀 한교원을 최철순으로 바꿔주기 위해 주전 골키퍼(GK) 송범근을 빼고 2001년생인 백업 GK 김정훈까지 출전시키는 강수를 뒀다. 규정상 경기 중 U-22 선수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으면 교체카드는 종전처럼 3장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였다. 경기 후 그는 “선수보호가 먼저다. 미리 대비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선택은 유효했다. 2019년 전북 유스 출신으로 입단한 김정훈은 큰 위기 없이 무실점 승리에 일조했다. 갑작스레 이뤄진 데뷔전임에도 침착하게 제 몫을 다 한 젊은 GK의 모습은 전북이 ‘잘 되는 집안’임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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