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왼손잡이의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로 초창기만 해도 좌완투수나 좌타자가 드물었다. 좌타자는 상대적으로 수가 많은 우완투수 투구궤적을 더 잘 보며 1루에 상대적으로 가깝다. KBO리그에선 ‘아들을 낳으면 왼손을 쓰게 하라’는 농담까지 유행했다.
타율 톱 10 중 7명이 좌타자, 그런데 좌투는?
최근 KBO리그에서 좌타자는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지난해 전체 720경기에서 5만6643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이 중 좌타자는 2만6164명에 달한다. 비율로는 46.2%, 절반에 육박한다. 2017년 왼손타자들이 전체 5만6882타석 중 2만1939타석을 차지해 38.6%에 그쳤으니 3년 사이 8% 가까이 늘었다. 비단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지난해 타율 상위 10명 중 우타자는 허경민(두산 베어스·7위)과 양의지(NC 다이노스·10위)뿐이다.
사회적으로 왼손잡이가 부쩍 늘어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선 늘어나는 우투좌타를 이유로 꼽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긴 어렵지만, 타격은 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언급한 지난해 타율 상위 10명 ‘좌투’는 없다. 어쩌면 좌타자 전성시대라는 말보다 우투좌타 전성시대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수도권 A팀 감독은 “아마추어에서부터 좌타자 선호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타 거포가 희귀해졌다”고 강조했다.
고개 숙인 우타 거포의 부활 희망가
좌타자 전성시대는 올해도 이어질까. 일단 예상은 그렇다. 리그 최고 우타자 중 한 명이었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떠났는데, 한국야구 역대 최고 타자인 좌타 추신수(SSG 랜더스)가 왔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를 달군 추신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SG) 등은 모두 좌타자다. 좌타자들이 잘 쳐서 성적이 좋으니 이슈가 되는 것이다.
고개 숙인 우타자들은 나란히 반등을 노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전 경기에 출장했지만 타율 0.292, 20홈런에 그쳤다. 110타점을 올렸지만 생산력이 높진 않았다. 박병호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93경기에서 타율 0.223, 21홈런에 머물렀다. 전·현직 국가대표 4번타자들이 살아난다면 좌우타자들이 펼치는 홈런 레이스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우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양의지(33개)도 건재하다. 추신수의 가세로 견제를 피하게 된 최정(33홈런)과 제이미 로맥(32홈런)의 기록도 지난해보다 나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올 시즌 최고타자는 어느 손을 쓸까. 벌써부터 흥미롭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