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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은 새 시즌에 적용될 배구 규칙과 관련한 현장의 요구사항, 외국인선수 선발 시스템의 조정, 갈수록 저변이 약화되는 배구선수 인프라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편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V리그는 지난 시즌 포지션 폴트 등 국제배구연맹(FIVB)의 규칙과 로컬룰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란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이 시즌 도중 구원투수로 나서 소동을 잠재웠지만,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감독들은 FIVB의 규칙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찬성했지만, V리그의 현실을 고려하고 관중들의 흥미를 높이는 프로배구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시즌 전에 개최하는 기술위원회도 앞당겨줄 것을 KOVO에 요청하기로 했다. 그동안 기술위원회는 KOVO컵 이후 새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감독들은 새 규칙을 설명하고 판정의 통일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더 앞당겨 선수들이 시즌 준비 때부터 새 룰에 적응할 시간이 많아지기를 원했다.
현행 외국인선수 선발 시스템의 문제점도 논의됐다. 코로나19로 선수들이 보내준 영상이 모든 판단의 근거가 된 상황에서 현재는 드래프트 구슬 순번에 따라 다음 시즌 팀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향이 있다. 어느 감독은 “우리가 점쟁이도 아니고 팀의 성적이 구슬로 정해지는 현실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앞 순번의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의 기량차가 큰 것이 문제다. 최소한 각 팀에 1명 이상씩 비슷한 기량의 선수가 고루 분배되는 드래프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감독들은 판단했다. 자유계약 또는 기존의 드래프트를 유지하되 몸값을 올려 더 많은 좋은 선수가 참가하는 방법 등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감독들은 모두에게 공평한 방식이라면 어떤 변화도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들은 또 V리그의 인기를 높여줄 스타선수가 나오지 않는 지금의 배구환경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 비록 요구사항 모두가 V리그의 정책에 반영되진 않겠지만, 감독들은 앞으로 자주 모여 현장의 목소리와 걱정을 전달하기로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