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중증 환자 아닌 일반인” 인교돈은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입력 2021-07-28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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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교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0도쿄올림픽 태권도 동메달리스트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은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27일 지바 마쿠하리멧세홀A에서 열린 남자 80㎏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반 콘래드 트라이코비치(슬로베니아)를 5-4로 꺾고 따낸 동메달은 그에게 일종의 훈장과도 같다. 인터뷰 내내 그는 동메달을 어루만졌다.

인교돈의 도쿄올림픽 출전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컸다. 2014년 8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아 선수생명에 큰 위기를 맞았다. 29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이유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단어조차 생각지 못했다”는 말로 7년 전을 회상했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 속도 또한 무척 빨랐다. 림프종 진단 후 1년여 만인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87㎏급에서 은메달을 따며 재기를 알렸고, 그 뒤로도 최중량급의 최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이 체급의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동민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2016년(87㎏급·마닐라)과 2018년(87㎏ 초과급·호치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꾸준히 성과를 내며 세계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2019년 여름에는 림프종 완치 판정을 받으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완치 판정을 받고 진료실 문을 닫고 나오자 간호사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고, 주변사람들도 박수를 보냈다. 여전히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어딜 가도 이제는 중증 암환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생각을 하니 기뻤다”고 돌아봤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따낸 올림픽 메달은 인생의 선물과 다름없다.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는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도 없었다. 그는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고 강조하며 “많이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고맙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에게 전술적 부분을 조언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인간승리’라는 키워드를 부정하지 않았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들이 본인의 사례를 보며 이겨내길 진심으로 바랐다. 스스로 “인간승리라는 단어가 잘 맞는 듯하다”고 밝힌 그는 “나도 그랬지만, 투병 중이신 분들이 나를 보고 힘을 내서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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