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뒷전” 日 언론, 마라톤 앞두고 IOC 작심비판

입력 2021-08-05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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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마라톤 종목을 앞두고 일본 언론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작심 비판했다.

5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IOC가 2020도쿄올림픽 마라톤 종목 개최지를 도쿄에서 삿포로로 이전한 것을 두고 “선수보다 TV에 나올 장면을 우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IOC는 2019년 10월 삿포로의 기온이 도쿄보다 섭씨 5~6도 낮을 것으로 예상해 마라톤 코스를 옮겼다. 이는 그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나왔던 아찔한 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당시 섭씨 30도가 넘는 기온과 습도 70% 이상의 가혹한 조건에서 중도 포기자가 속출했다. 여자마라톤에 출전한 68명 중 28명이 중도 기권했고, 남자 50㎞ 경보에서도 40%에 달하는 선수가 완주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선수가 레이스 도중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가는 충격적 영상이 문제가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IOC는 ‘선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도쿄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지만, 속내는 다르다”며 “수익의 70%가 중계권료인 IOC 입장에선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의 좋지 않은 광경이 올림픽에서 재현되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들이 넘어지는 등의 장면을 TV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존 코츠 IOC 부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IOC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삿포로의 무더위는 더 큰 문제다. 일본 야후 날씨정보 기준으로 5일 삿포로의 최고기온은 섭씨 33도에 달한다. 도쿄(섭씨 35도)와 큰 차이가 없다. 예보에 따르면, 여자마라톤이 열릴 7일 삿포로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4도, 남자마라톤이 벌어질 8일에는 섭씨 32도다.

지금 도쿄 현지에선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비슷한 기온에서 42.195㎞를 달려야 할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선수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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