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왼쪽), 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한 번 흐름을 잡은 이정후는 무섭게 치고 나갔다. 9월 월간 타율이 무려 0.433(67타수 29안타)에 달했다. 같은 기간 0.250(84타수 21안타)에 그친 강백호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9월까지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63(377타수 137안타). 0.354(421타수 149안타)를 기록한 강백호에 9리차까지 앞섰다. 전반기까지 0.395의 타율로 이정후(0.345)에게 5푼이나 앞섰던 강백호의 기세는 크게 꺾인 듯했다. 강백호가 초반에 벌어놓은 게 워낙 컸던 터라 그나마 차이가 덜했을 뿐이다.
그러나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정규시즌 막바지인 10월에 들어서며 둘의 위치는 또 달라졌다. 11일까지 강백호가 10월 타율 0.387(31타수 12안타)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회복한 반면 이정후는 0.200(25타수 5안타)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타격 순위에 또 변화가 생겼다. 강백호(0.356)가 1위, 이정후(0.353)가 2위가 됐다.
공교롭게도 양 팀의 잔여경기 수는 같다. 16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이정후는 강백호보다 77타석을 덜 소화해 타율의 변동폭도 그만큼 크다.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다.
다만 양 팀의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선두를 질주 중인 KT는 하루빨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해야 하는 입장이고, 키움은 치열한 5위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KT가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지우면 강백호의 타격왕 등극을 위해 출전횟수를 안배해줄 가능성도 있다. 이정후보다 많은 타석을 소화한 데다, 더 큰 무대를 준비해야 하기에 굳이 무리시킬 이유는 없다. 그만큼 강백호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게다가 통산 10월 타율도 0.362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 키움은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와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기에 이정후의 비중도 그만큼 크다. 이정후는 키움 타선의 핵이다. 출전시간을 조절해줄 여유가 없다. 체력은 물론 심적으로도 부담을 안고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정후의 통산 10월 타율이 0.241로 좋지 않았던 점도 마음에 걸린다.
복병도 있다. 9월 이후에만 무려 57안타를 몰아친 전준우(35·롯데)다. 0.340의 타율로 강백호와 격차는 1푼6리다. 다소 격차가 있지만, 9월 이후 슬럼프 없이 꾸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