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털고 돌아온 미란다, 눈물겨웠던 82구 역투 [KS 리포트]

입력 2021-11-17 2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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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두산 미란다가 1회초 투구를 마친 후 포수를 향해 소리 지르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는 정규시즌 막판 찾아온 어깨 통증 탓에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PO)까지 결장했다. 잠실구장에서 가벼운 훈련만 진행하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릴 뿐이었다.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PO 2차전을 마친 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미란다의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엔트리 합류를 예고하며 “얼마나 던질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긴 것도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란다의 선발등판 당일인 17일 고척 KT 위즈와 KS 3차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어깨가 완전히 나았는지, 단순히 본인의 느낌이 좋은 것인지는 모른다. 매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란다는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떨어진 실전감각과 몸 상태에 대한 우려 속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5이닝 동안 5안타 1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4승5패, 평균자책점(ERA) 2.33에 225탈삼진(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을 기록했던 정규시즌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그야말로 혼신의 역투였다.

경기 직전 마운드에서 몸을 풀던 미란다의 구속은 채 120㎞를 넘지 않았고, 1회초 첫 타자 조용호를 상대로 기록한 최고 구속도 141㎞(전광판 기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몸이 풀렸고, 결국 직구 최고 구속 150㎞를 찍었다. 직구(48개)와 포크볼(27개)을 중심으로 슬라이더(6개), 체인지업(1개)까지 자신의 모든 구종을 활용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5회초 박경수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고, 2회초 정수빈의 홈 보살로 실점 위기를 넘기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전체적인 투구 내용은 합격점을 주기에 무리가 없었다.

“100구를 넘기긴 쉽지 않을 듯하다”던 그의 말대로, 6회부터 이영하로 교체되며 82구에서 임무를 마쳤다. 그러나 공 하나하나에 묻어났던 그의 투혼은 경기 전 제기됐던 물음표를 지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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