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두산 미란다가 1회초 투구를 마친 후 포수를 향해 소리 지르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러나 미란다는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떨어진 실전감각과 몸 상태에 대한 우려 속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5이닝 동안 5안타 1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4승5패, 평균자책점(ERA) 2.33에 225탈삼진(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을 기록했던 정규시즌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그야말로 혼신의 역투였다.
경기 직전 마운드에서 몸을 풀던 미란다의 구속은 채 120㎞를 넘지 않았고, 1회초 첫 타자 조용호를 상대로 기록한 최고 구속도 141㎞(전광판 기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몸이 풀렸고, 결국 직구 최고 구속 150㎞를 찍었다. 직구(48개)와 포크볼(27개)을 중심으로 슬라이더(6개), 체인지업(1개)까지 자신의 모든 구종을 활용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5회초 박경수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고, 2회초 정수빈의 홈 보살로 실점 위기를 넘기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전체적인 투구 내용은 합격점을 주기에 무리가 없었다.
“100구를 넘기긴 쉽지 않을 듯하다”던 그의 말대로, 6회부터 이영하로 교체되며 82구에서 임무를 마쳤다. 그러나 공 하나하나에 묻어났던 그의 투혼은 경기 전 제기됐던 물음표를 지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