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42명·야구부 35명’ 원동중의 기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동아스포츠대상]

입력 2021-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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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힐과 함께하는 2021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됐다. 특별상을 수상한 원동중학교 드림야구단이 권오섭 메디힐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전교생 42명의 작은 학교. 경남 양산 시내에서 산 2개를 넘어 자동차로 40분 가까이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산골짜기에 위치하다 보니 주위에는 적막감마저 감돈다. 그러나 교문을 들어서니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야구부 학생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전교생 42명의 83.3%인 35명의 야구부 학생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진지했다.

한때 야구부 운영은 고사하고 폐교 위기에까지 직면했지만, 각종 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낸 덕분에 과거와 비교해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 철저한 선수관리를 통해 강호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거듭났고, 야구명문고교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확 늘었다.

악조건을 딛고 지역의 강호로 거듭난 이 학교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메디힐과 함께 하는 2021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메디힐 특별상’을 수상한 ‘원동중 드림야구단’의 스토리다.

‘메디힐 특별상’은 미래의 스타를 꿈꾸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스포츠꿈나무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상한다. 메디힐 권오섭 회장은 2018년 11월 스포츠동아가 ‘기장국제야구대축제’ 당시 보도한 원동중 드림야구단의 스토리에 감동받아 시상을 적극 추천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상훈 감독과 문재만 야구부장, 주장 제승하, 이태헌, 박태현(이상 2학년) 등 5명이 참석해 트로피와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메디힐과 함께하는 2021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됐다. 시상식 포토월에서 원동중학교 드림야구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폐교 위기에서 지역 강호로!
2013년 말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원동중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선수를 수급하는 과정에서부터 벽에 부딪쳤다. 지역의 명문 중학교 대신 산골짜기의 학교를 택할 학생들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았다. 기장국제야구대축제 당시 51명이었던 학생수는 계속 감소했다. 당시 16명이었던 일반 학생이 지금은 7명에 불과하다. 이들과 야구부원 35명을 더한 전교생이 현재 42명이다.

이 감독이 “내가 어떻게든 선수를 데려와야 학교가 유지될 수 있다”고 책임감을 보이는 이유다.

다행히 폐교를 걱정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학교의 노력과 양산시체육회, 양산시야구협회의 적극 지원 덕에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단순히 선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야구의 미래로 키워낼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애쓴다. 양산, 김해, 부산, 마산 등 인근 지역은 물론 대구, 포항까지 찾아간다. 2018년 기장국제야구대축제에서 중등부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적을 썼던 팀은 3년 뒤(2021년)에도 11월 28일 끝난 양산시장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지역의 강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제승하는 “동료들이 정말 고생해서 우승을 차지해 더 기쁘다”고 말했다.

‘메디힐과 함께하는 2021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됐다. 특별상을 수상한 원동중학교 드림야구단이 프로야구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이정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
‘야구특성화학교’라는 말이 어울리는 환경이다. 선수들은 평일 오전 6시30분 기상해 밤 10시까지 훈련에만 몰두한다. 학교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감독은 학교 인근에 선수들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집 두 채를 구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합숙을 한다.

훈련기간에는 다른 여유를 즐길 겨를이 없다. 휴대전화도 모두 회수한 뒤 주간 훈련일정이 끝나고 귀가할 때 돌려준다. 그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는 스마트폰이 아닌 2G 폴더폰만 허용됐다. 오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입학 전부터 일찌감치 공지한 내용이기에 선수들도 아무런 불만 없이 따른다. 제승하는 “감독님이 엄격하게 지도하시면서도 선수들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원동중학교 드림야구단. 스포츠동아DB

실력·인성, 2마리 토끼를 잡아라!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 “프로에서 20년을 뛰면 많이 한 것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권오섭 회장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교사들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한다. 야구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가차 없이 채찍을 든다. 인성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그만의 철학이다. “학교에서 징계를 내려야 한다면, ‘징계하라’고 한다. 교내 징계가 끝나면, 야구부 차원에서 또 징계한다. 짐 싸서 집에 보낸다. 확실히 뉘우칠 때까진 연습경기를 해도 내보내지 않는다.” 권 회장도 “인성이 훌륭한 야구단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감독은 “열심히 하다 보니 야구에 대한 열정과 마음가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더 열심히 하라고 상을 주신 것 같다. 우리는 감독과 코치, 선수들 모두 야구에 진심이다. 나는 더 열심히 지도하고, 선수들은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선수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현은 “큰 상을 받아서 정말 영광이다”, 이태헌은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떨리지만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날 프로야구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같은 스타가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후에게 “어떻게 그렇게 잘 치냐”고 물었던 제승하는 “열심히 훈련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가라”는 격려를 받아 동기부여까지 더 커졌다. 시상식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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