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인(21·마요르카)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친선경기에서 뛰지 못 한 아쉬움과 그럼에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강인은 28일 이른 시각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올렸다.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 해 아쉽지만 언젠간 팬들 앞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시기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16개월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카메룬과 치른 평가전에서 벤치만 달궜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날 카메룬과의 평가전 후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 팀에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분석했는데,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뿐이다. 전술적인 선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한 모든 선수를 출전시키는 게 때에 따라 쉽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이번 2경기에서 이강인이 출전하기 좋은 순간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월드컵 대비 마지막 두 차례 모의고사에서도 이강인을 외면함에 따라 그가 최종 26명 명단에 포함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골 3도움을 올리며 맹활약 중이다. 강점인 탈압박, 드리블, 패스 능력에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가담능력과 활동량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 평이다.

축구팬 중에는 월드컵에서 ‘언더 도그’인 한국이 강팀을 상대할 때 이강인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그의 가능성을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는 내는 이가 꽤 많았다. 하지만 이강인은 끝내 단 1분의 기회도 얻지 못 했다. 코스타리가 전에 이어 카메룬 전에서도 이강인이 피치를 밟지 못 하자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에 이강인은 “경기장에서 많은 분이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큰 감동 받았다”며 “그 함성과 성원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카메룬 전을 마친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강인에 대한 위로와 우려를 동시에 전했다.

손흥민은 “많은 팬이 강인이를 보고 싶어 하셨을 거고, 나도 축구 팬으로서 강인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감독님도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으실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인이만 경기를 뛰지 않은 건 아니다. K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도 분명 경기를 뛰고 싶어서 대표팀에 왔을 텐데, 못 뛰게 돼 얼마나 실망했겠나”라며 “그런 상황에서 모든 집중이 강인이한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며 “우리가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 않나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 팬들에게 바라는 바를 전했다.

손흥민은 또한 “이런 경험이 분명히 쌓인다. 나도 그 나이 때 매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나도 분데스리가에서 잘하고 있는데, 뛰어야 하는데, 뛰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강인이가 이런 부분을 통해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