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네임’의 감독 부임은 그 자체로 이슈다. 선수시절 청춘을 바쳤던 친정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사령탑 커리어를 시작한 것까지,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국민타자’ 이승엽(46)의 스토리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뛴 8시즌(2004~2011년)을 제외하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 번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벗지 않았던 그가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았다. 두산 구단은 14일 이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5억 원)의 역대 신임 사령탑 최고 대우는 이 감독을 향한 구단의 기대치를 설명한다.

이 감독은 야구계에서 언젠가는 감독직을 맡을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그 시기는 코치로 프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뒤의 일로 봤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도 2005년 삼성 감독으로 취임하기 전 NPB 주니치 드래건스와 삼성의 투수코치를 지낸 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아닌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것도 놀랍지만, 코치 경험 없이 곧장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것도 파격적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은퇴 시즌까지 경쟁력을 유지했던 철저한 자기관리와 여러 명장들과 함께하며 얻은 노하우, KBO 홍보대사와 해설위원으로 일하며 시야를 넓힌 것만으로도 감독직에 오르기 위한 필요조건을 채웠다는 것이다. 반대의 시선은 프로 지도자 경험이 없는 상태로 섣불리 사령탑을 맡은 데 따른 우려다.

이 감독과 두산 구단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두산 구단이 “이 감독의 이름값이 아니라, 지도자로서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히 슈퍼스타라는 이유로 파격 대우를 해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이 감독이 그만큼 지휘봉을 잡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선수시절 스타였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이름값만으로 감독직을 맡았다가 실패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한민국 대표 홈런타자이자 슈퍼스타였던 이 감독도 이에 따른 부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찌감치 본인의 색깔을 정립한 것은 분명 긍정적 요소다. “화려함보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감동을 드리는 야구를 하겠다”는 이 감독의 말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상대의 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 일본 특유의 디테일을 선수단에 접목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18일 취임식을 마치고 이튿날(19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이 감독의 행보에 그만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지도자가 돼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며 “현역 시절 한국과 일본에서 얻은 경험에 KBO 기술위원, 해설위원으로 일하며 보고 배운 점들을 더해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