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KBS 해설위원. 사진제공 | KBS

조원희 KBS 해설위원. 사진제공 | KBS


선수로서 월드컵에 출전했던 경험을 카타르로 가져갈 준비를 마쳤다. 조원희 KBS 해설위원(39)은 16년 전 2006독일월드컵 출전 기억을 떠올리며 2022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에 덕담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태극전사들을 향한 질타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에게 2002한·일월드컵에 못지않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15일 스포츠동아와 만난 조 위원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16일 저녁 카타르로 출국한다. 선수생활 은퇴 후에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며 “은퇴를 전후로는 걱정도 많았다. 선수시절 느꼈던 마음가짐을 마이크에 잘 풀어내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태극전사들과 함께 뛴다’는 자세로 카타르월드컵 현장의 열기를 생생히 전달하겠다는 의지였다.


●월드컵은 좋은 경험…“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독일월드컵 당시 오른쪽 풀백으로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던 조 위원은 본선에서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진 못했다. 당시 송종국(44)과 이영표(45·현 강원FC 대표이사)의 아성이 너무도 공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결코 좌절 또는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 위원은 “선수시절에 이어 해설자로도 월드컵 무대를 경험하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오히려 선수시절 벤치에 앉아있었을 당시의 마음까지 담아 좋은 해설을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선수와 해설자로서 월드컵을 경험해본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 설명과 예상을 어렵지 않게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위치와 상황이 바뀌었을 뿐, 선수시절만큼이나 해설위원의 길도 치열하다고 밝혔다. 선수 때처럼 지금도 최고가 돼야겠다는 투철한 마음가짐으로 카타르행을 준비해왔다. 이미 지난해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마이크를 잡아봤기 때문에 올해는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더 앞선다.

조 위원은 앞서 2번이나 카타르를 다녀왔다. 4월 월드컵 본선 조 추첨 당시 현지 리포터로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안정환(46·현 MBC 해설위원), 이동국(43) 등과 함께 선수들이 누빌 5개 도시 8개 구장을 다녀왔다. 그는 “선배들과 경기장, 공사현장 등을 답사하며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꼈다. 그곳에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길 바라는 마음을 남기고 왔다”며 “성취감이 가져오는 희열의 가치가 크다. 태극전사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원희 KBS 해설위원. 사진제공 | KBS

조원희 KBS 해설위원. 사진제공 | KBS



●사회적 아픔 치유하는 계기되길

조 위원은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과 통산 11회 출전을 달성한 축구대표팀이 자랑스럽다. 이 기세를 몰아 국민들의 염원인 사상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하길 바란다. 아울러 최근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아픔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이번 월드컵이 국민들을 위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이 ‘압박감도 즐기는’ 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은 32개국 선수 전원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압박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도 압박감을 긍정적으로 소화해야 한다. 경기에 뛸 가능성이 적은 선수들도 불안감과 초조함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타르 출국을 전후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벤투호’를 향한 따뜻한 격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20년 전 4강 신화를 달성할 때도 선배님들의 좋은 경기력과 국민들의 응원이 시너지를 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태원 참사 등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 지킬 것은 지키되 국민들께서 벤투호를 향한 뜨거운 응원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 조원희 해설위원, 남현종 캐스터(왼쪽부터). 사진제공 | KBS

KBS 한준희 해설위원, 조원희 해설위원, 남현종 캐스터(왼쪽부터). 사진제공 | KBS



●‘종합예능인’이자 ‘명강사’로 발돋음

조 위원은 축구인을 넘어 예능인으로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기도 하다. 최근 방송을 마친 예능 프로그램 ‘전설끼리 홀인원’에선 안정환, 이동국과 함께 출연해 농구팀 허재, 문경은, 현주엽 등과 골프대결을 펼쳤다. 조 위원은 ‘축구부 구멍’을 부캐릭터로 삼아 코믹한 웃음을 선사하며 예능계 늦둥이로 주목 받았다.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2’는 그를 ‘예능인’으로 각인시키는 가교 역할을 했다. 수비 전담 코치 및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조 위원은 재치 있는 말솜씨와 코믹한 제스처로 예능감을 증명했다.

조 위원은 ‘명강사’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8월 전국 고등학교 학생스포츠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어리그 vs K리그’ 특강에서 쉽고 깊이 있는 해설로 학생스포츠기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밖에 많은 행사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 예능을 비롯한 다방면에서 맹활약하며 각광받고 있지만, 조 위원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