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대표팀 강백호(왼쪽)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전 7회말 1사 후 2루타를 친 뒤 베이스를 밟지 않은 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호주 내야수 로비 글렌디닝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그했다. 강백호는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 판정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강백호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호주와 대회 본선 1라운드(B조) 1차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황당한 장면을 낳았다. 대표팀이 4-5로 역전당한 7회말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서 7번타자 최정(SSG 랜더스)의 대타로 교체출전한 그는 호주 우완투수 워윅 서폴드의 체인지업을 좌중간 펜스 앞까지 뻗는 큼직한 2루타로 연결했다. 대표팀이 리드를 빼앗긴 뒤 바로 나온 장타여서 강백호는 큰 동작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강백호는 덕아웃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채 펄쩍 뛰어올랐는데, 이 때 2루에서 발이 떨어진 것이다.
1차전 승리가 절실했던 호주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데닝은 외야에서 중계된 공을 이어받은 뒤 재빠르게 강백호를 태그했다. 강백호가 뛰어오른 동안 2루와 발 사이에 공간이 생긴 점을 순식간에 포착한 것이다.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러자 글렌데닝은 펄쩍 뛰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호주 벤치에 있던 데이브 닐슨 감독도 1번밖에 없는 소중한 비디오판독 기회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호주의 판단이 적중했다. 판정은 태그아웃으로 번복됐다.
강백호는 이번 대회를 단단히 별렀다. 2021년 열린 2020도쿄올림픽 때 경기별로 기복이 심했던 만큼 이번 WBC에선 꾸준한 활약으로 반전을 다짐했다. 더욱이 도미니카공화국과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도중 덕아웃에서 껌을 씹던 그의 모습을 본 박찬호 해설위원에게 태도와 관련해 쓴소리를 듣기도 해 신뢰를 다시 쌓을 기회가 절실했다. 덕아웃에 비치돼 있는 껌을 씹는 일은 야구 경기에선 아주 흔한 일이지만, 지적을 받았던 만큼 강백호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뻔했으나 한순간의 실수로 다시 한번 비난을 자초하게 생겼다. 게다가 대표팀은 이날 호주전 7-8 패배로 미국 라운드(준결승·결승) 진출 목표에 잔뜩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과 남은 3경기에서 강백호가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