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 스포츠동아DB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포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고, 지난해 두각을 나타낸 황대인은 초반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KIA의 중심타선 구성에는 말 그대로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 때문에 KIA는 베테랑 타자에게 다시금 기대를 걸었다. 최형우로선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망막질환 여파에 따른 지난 2년간의 아쉬움을 털어내야 하는 시즌이었는데, 개막 직후부터 후배들의 짐까지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부담감을 이겨내며 KIA 타선을 이끌었다. 4번타자로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타점 생산에 집중했다. 전반기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 11홈런, 46타점의 출중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대기록도 달성했다. 4회초 날린 2점포로 개인통산 1500타점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었다.
최형우가 간판타자의 몫을 다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KIA는 7월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나성범, 김도영 등 주축 타자들도 부상에서 돌아와 맹활약했다. 막판 6연승을 통해 전반기를 6위로 마쳤다. 9위까지 추락했던 6월의 악몽을 떠올리면, 만족스러운 전반기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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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타점을 찍은 그는 더 많은 타점을 뽑는 것에 대해서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이를 위해선 언제나 그만의 전제조건이 있다. 최형우는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더 많은 타점을 올리고 싶다. 하지만 기록을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항상 매 순간 야구를 열심히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기록은 그 이후 따라오는 것이다.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시작하는 후반기에 대해선 “이제는 핑계도, 물러설 곳도 없다. 부상자도 돌아왔고, 외국인선수들도 교체돼 휴식기 직전에 전력 플러스 요인이 많았다. 순위가 떨어지면 말 그대로 우리가 못해서 떨어지는 것이다. 무조건 가을야구를 간다는 생각으로 선수단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