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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산실이자 아마추어야구의 성지였던 동대문야구장은 이미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1959년 8월 20일 완공돼 2007년 12월 18일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은 국내에서 야간경기가 가능한 최초의 구장이었고,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전까지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비롯한 4대 고교대회와 대학·실업야구 경기를 개최하며 수많은 팬들을 불러 모았던 장소다.
프로야구 최초 만루홈런의 역사도 동대문야구장에서 쓰였다. 1982년 개막전에서 MBC 청룡 이종도가 삼성 라이온즈 이선희를 상대로 프로야구 역사상 첫 만루홈런을 끝내기포로 장식했고, 같은 해 OB 베어스(현 두산) 김유동이 삼성과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이선희를 상대로 터트린 결승 만루홈런은 KS 최초의 만루포로 남아있다. 그만큼 상징성이 컸던 장소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설을 위해 철거되자, 야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야구의 유산 하나를 잃은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잠실야구장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동대문야구장이 한국야구의 초석을 다진 곳이었다면, 1982년 완공된 잠실야구장은 프로야구의 부흥기를 이끈 상징적 장소이자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이다.
특히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라는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곳이라 의미가 크다. 특히 일본과 이 대회 결승전 8회말 나온 김재박의 일명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결승 3점홈런은 한국야구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변화와 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라 돔구장 건설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의미 있는 역사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2025년을 끝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에는 분명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돔구장 공사기간인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야구의 거대한 유산을 추억하는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중대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