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왼쪽), 조영욱.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축구가 운명의 ‘외나무다리 혈투’를 펼친다. 상대가 특별하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을 치른다.
A매치 상대전적에선 43승19무19패로 우리가 크게 앞서지만, 이 연령대에선 7승4무6패로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에선 늘 웃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2014년 인천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서도 한·일전이 열렸고, 우리가 모두 이겼다.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에선 1-0으로 이겼고, 손흥민(31·토트넘)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5년 전 대회 결승에선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해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황선홍호’는 조별리그부터 승승장구했다. 쿠웨이트(9-0), 태국(4-0), 바레인(3-0)을 잇달아 완파했고, 16강전에서도 키르기스스탄을 5-1로 제압했다. 개최국 중국과 8강전에서도 깔끔한 2-0 승리를 거둔 뒤 4일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도 2-1 승리로 통과해 결승 무대에 올랐다.
7골로 이번 대회 득점왕이 유력한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득점포를 가동하는 등 모두가 제 몫을 충실히 해준 가운데, 예의주시해야 할 공격 콤비가 또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과 각급 연령별대표팀에서만 84경기를 뛴 조영욱(24·김천 상무)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함께 한 조영욱과 이강인은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흐뭇한 추억이 가득한 연령별 무대의 방점을 찍으려고 한다.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부터 합류한 ‘2선 특급’ 이강인은 골 맛은 보지 못했지만 존재만으로도 상대에 묵직한 위협을 안기고 있다. 이번 대회 전 경기에 출전한 조영욱은 3골을 뽑아내며 골잡이다운 예리한 기량을 뽐냈다.
특히 둘에게 이번 한·일전은 ‘설욕 무대’이기도 하다. ‘황선홍호’가 0-3으로 완패한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강인은 풀타임을 뛰면서 영패를 지켜봤고, 조영욱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으나 흐름을 바꾸지 못한 아픔이 있다. 게다가 한국은 수년째 국가대표팀부터 아마추어까지 각급 무대에서 번번이 일본에 지고 있어 이번 대회 결승 한·일전은 불쾌한 기운을 끊을 절호의 찬스다. 황 감독은 “이유를 막론하고 이기겠다.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고, 이강인은 “몇 분을 뛰든 승리와 우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