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안승한. 스포츠동아DB
안승한의 야구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동아대를 졸업한 뒤 부푼 꿈을 안고 2014년 KT의 창단 멤버로 합류했지만, 1군 무대를 밟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8년까지 퓨처스(2군)리그에서 50경기를 뛴 게 전부였다. 2019년에야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아 36경기(타율 0.136·5타점)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후 2년간 다시 공백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2021시즌 후 KT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 자원이 넉넉한 두산에선 1군 진입 자체가 도전이었지만, 그 경쟁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진짜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떠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1군 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36타수 12안타), 8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결코 두드러지지 않는 성적이지만, 그에게는 엄청난 수확이었다.
올 시즌에는 스프링캠프부터 힘차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동의 안방마님 양의지(37)의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투수들을 이끈다”는 칭찬도 들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22경기에서 타율 0.208(24타수 5안타), 1타점에 불과하지만, 8차례의 선발출전을 포함해 21경기(80이닝)에서 마스크를 썼다. 덕아웃에선 늘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의 기를 살리고자 애썼다.
그 결과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에 초대받았다. 은퇴의 기로에서 잡은 마지막 기회가 첫 가을야구 경험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 속에 동료들과 함께 호흡하며 팬들의 함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돈을 주고도 못 살 값진 자산이다. 프로 10년차에 맞이한 안승한의 잊을 수 없는 첫 가을야구다.
창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