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28일 용산 CGV에서 2023카타르아시안컵 최종 엔트리(26명)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박진섭도 카타르행을 꿈꾼다. 26일 해외파 일부가 포함된 15명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컨디션·체력 위주의 실내훈련을 시작한 가운데 박진섭도 함께하고 있다.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변화의 폭이 크지 않고, 스쿼드 개편에 보수적인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에 비춰볼 때 데려가지도 않을 K리거를 프리시즌 휴식기까지 빼앗아가며 미니캠프에 소집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박진섭의 카타르행은 유력해 보인다. 만약 26명에 들어 카타르로 향하고 실전까지 뛰면 박진섭의 ‘휴먼스토리’는 한층 더 풍성해진다.
박진섭의 축구인생은 이미 동화다. 대학 U리그 득점왕을 2차례나 차지하고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그는 2017년 내셔널리그 대전 코레일에 입단한 뒤 이듬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후로도 포지션이 중앙미드필더로 바뀌고 팀 사정에 따라 중앙수비까지 맡는 등 곡절을 겪었다.
박진섭. 스포츠동아DB
혼란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었다. 영리하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박진섭을 대전하나시티즌이 주목했다. 지난해 대전하나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출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K리그1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는 전북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이 전주라 성공의 가치는 더 빛났다. 게다가 박진섭은 주변에서 믿거나 말거나 “K리그 마지막 행선지는 전북”이라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이제는 대표팀 차례였다. 2023년이 대단했다. K리그 최고의 ‘만능 수비수’로 떠오른 박진섭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황선홍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호출했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클린스만호’에 뽑혀 11월 21일 선전에서 열린 중국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2차전 후반 막판 교체로 투입돼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모든 상황이 그의 계획과는 다르게 전개됐다. 당초 박진섭은 2023시즌을 마친 뒤 K4리그에서 대체 군 복무를 준비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었다. 또 국가대표팀 합류는 홍현석(헨트)의 정강이 피로골절에 따른 대체 발탁이었다. 그럼에도 ‘준비된 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엘리트 코스와 먼 인생을 살았다. 그래도 포기한 적은 없었다. 항상 꿈꾸고 긍정의 순간을 가슴에 품었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뤄진다”는 것이 박진섭의 얘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