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권창훈이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승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제골을 또 지키지 못한 전북 현대는 다시 ‘무승’ 위기에 놓였다. 7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은 이미 다 지난 상태였다. 마지막 공세에 나섰다. 주춤주춤 드리블로 상대 지역 왼쪽을 조금씩 파고든 권창훈이 골대를 향해 왼발로 볼을 차올렸다. 영점이 맞지 않은 슛이었지만, 골키퍼를 넘겨 골망을 출렁였다. 지독한 부진 속에 꼴찌로 내려앉은 전북이 시즌 6승(8무13패·승점 26)째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권창훈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책임지며 전북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1월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 7개월 만에 이뤄진 데뷔전에서 딱 한 번의 슛으로 첫 골을 신고했다.
발과 발목, 아킬레스건 등 여기저기 반복된 부상과 고통스러운 재활을 이겨내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순간, 환호하며 달려온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권창훈은 활짝 웃었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순 없었다. “좋은 모습으로 복귀하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버텼다. 팀 구성원 모두가 날 믿고 기다려줬다. 포기할 수 없었다.”
권창훈은 K리그2 김천 상무 시절인 지난해 4월 22일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전역 후 수원 삼성에 복귀했으나 부상 여파로 피치를 밟지 못했고, 팀은 결국 강등됐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올해 초 전북에 입단했으나, 회복이 더뎠다. 구단조차 “시즌 내 복귀는 어렵다”고 예상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권창훈은 ‘봉동화타’로 통하는 브라질 물리치료사 지우반과 의무진의 도움으로 악착같이 부상과 싸웠고, 예상보다 빨리 팀 훈련에 합류했다. 전북은 완벽한 경기력을 되찾기까지 기다려주고 싶었지만, 강등 위기에 처한 터라 여유가 없었다. 한 차례 연습경기에 나선 뒤 포항전 엔트리에 포함됐고, 가장 중요할 때 소중한 복귀포를 뽑았다.
반신반의한 몸 상태도, 걱정됐던 경기력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권창훈은 이제 장밋빛 내일을 그려본다. 여전히 팀 상황은 좋지 않지만, 의지는 뚜렷하다. 그는 “재활로 인해 밖에서 지켜봤는데 노력에 비해 결과가 따르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압박과 부담이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더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