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수영의 신화’ 조기성이 2024파리패럴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아닌 심리상담사로 패럴림픽에 오면 색다르지 않을까요.”
조기성(28)은 한국 장애인 수영의 신화다. 선천성 뇌병변장애인으로 13세에 재활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한 그는 20살에 출전한 2016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서 자유형 50m, 100m, 200m를 모두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2024년 파리 대회에서 사격 2관왕 박진호가 등장하기까지 패럴림픽의 영웅이라면 조기성이 첫 손에 꼽혔다. 2020년 도쿄 대회에선 메달을 거머쥐지 못했으나, 8년간 그를 향한 기대치가 높았던 게 당연했다.
파리에선 다시 메달권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쿄 대회 이후 은퇴도 생각했던 그는 주 종목을 자유형에서 평영으로 바꾸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고, 결실이 나타나는 듯했다. 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 평영 50m SB3에선 3위에 불과 0.21초 뒤져 4위에 올랐고, 개인혼영 150m SM4 결선에선 3위와 0.16초 차이로 4위에 그쳤다. 그는 “리우 3관왕 이후 장애인 수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패럴림픽에 대한 간절함과 욕심도 커졌는데, 그것을 떨쳐내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돌아봤다.
조기성은 마지막 출전 종목인 50m 배영 S4 예선에서 14위로 대회를 마친 뒤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결과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사실 이번 대회를 마지막 무대로 준비하고 있었다. 2028년 LA 대회에는 (출전) 계획이 없다.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패럴림픽이란 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이지 않은가. 눈에 더 많은 것들을 담아가려고 했고, 수영장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현장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조기성은 “장애인스포츠 심리상담사를 준비하고 싶다”며 “대표팀에서 심리상담사 선생님께 상담을 받으며 ‘상담이 선수의 생각을 이렇게까지 바꿀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나도 직접 겪으며 심리상담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 경험을 다른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선수가 아닌 심리상담사로 패럴림픽에 오게 되면 색다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