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홍명보호’ 살린 월드클래스…‘1G-2AS’ 캡틴 손흥민의 당당한 약속, “최종예선 남은 8경기 모두 인생 최고의 경기로”

입력 2024-09-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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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1일(한국시간)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끝난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원정 2차전 후반 37분 결승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1일(한국시간)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끝난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원정 2차전 후반 37분 결승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후반 막판까지 1-1로 팽팽한 가운데 상대의 거센 역습에 휘말려 위기가 반복됐다. 체감 기온 섭씨 40도, 습도 94%의 살인적 무더위에 3만여 홈 관중이 내뿜는 일방적 응원은 태극전사들의 발놀림을 점차 무겁게 했다. ‘오만 쇼크’, 되새기고 싶지 않던 오래전의 악몽이 서서히 고개를 들려던 순간 캡틴이 번뜩였다.

손흥민(토트넘)은 11일(한국시간)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끝난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원정 2차전 후반 37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나머지 2골도 손흥민의 발에서 비롯됐다. 전반 10분 황희찬(울버햄턴)의 선제골, 무려 16분이나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 11분 주민규(울산 HD)의 쐐기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 말 그대로 ‘원맨쇼’였다.

‘홍명보호’도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5일 팔레스타인과 1차전 홈경기를 0-0 무승부로 마쳐 불안감을 드리운 가운데, 내용이 아닌 결과만이 중요했던 오만 원정에서 2골차 승리를 챙기며 기사회생했다. 선임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공격을 받던 홍명보 감독도 2경기 만에 비로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결승골 장면은 왜 손흥민이 세계 최고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상대 문전 중앙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그는 촘촘한 오만 수비진을 순식간에 허물며 공간을 연 뒤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2차례 도움도 출중했다. 왼쪽 풀백 이명재(울산)가 내준 볼을 받은 손흥민은 오만 문전 왼쪽으로 향한 황희찬에게 바로 연결해 첫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주민규에게도 절묘한 패스를 흘려줬다.

한국은 1-0으로 앞선 전반 추가시간 불필요한 파울로 내준 프리킥 상황에서 정승현(알와슬)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손흥민을 앞세운 놀라운 막판 뒷심으로 값진 승점 3을 얻었다.

A매치 통산 49호 골(129경기)을 터트린 손흥민은 이제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2위인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50골)에 1골차로 다가섰다. 이 부문 1위는 58골의 차범근 전 감독인데, 국제축구연맹(FIFA)은 55골만 인정하고 있다.

항상 감정에 솔직한 손흥민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후 “팔레스타인전은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지만, 이번엔 기회도 만들고 결정도 지었다. 3골보다 더 많이 넣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계속 결과를 얻겠다. 남은 최종예선 8경기 모두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다만 뼈 있는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최악의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컨디션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손흥민은 “(오만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정말 좋다 보니 자신 있는 플레이가 나왔다. 우리 홈경기장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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