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가 22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서리 웬트워스 클럽(파72)에서 치러진 BMW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8번 홀에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쳐 빌리 호셜(미국), 트리스턴 로런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 동타를 이루며 공동선두로 마감했지만, 연장 끝에 패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사진제공 ㅣBMW그룹
시련이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회복력이 필요하다.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나이가 들면 ‘전성기를 지났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회복력을 잃게 만든다. 로리 매킬로이는 US오픈에서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마지막 세 홀에서 두 번이나 짧은 퍼팅을 놓쳤다. 경기 후에 그는 “이 패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이다”라고 말했다. 큰 상처가 슬럼프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 스코티시오픈과 디오픈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17년간 등락을 거듭했고 많은 좌절을 맛봤지만, 그때마다 회복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련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매킬로이는 전성기를 앞에 두고 있다고 믿는다.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그가 메이저대회를 마지막으로 우승한 때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14년이기 때문이다.
로열 카운티다운에서 열린 아이리시오픈 마지막 홀에 선 그는 두 타 차 2위였다. 192야드를 남겨 놓고 친 두 번째 샷이 홀컵 세걸음 거리에 가까이 붙었고, 고향 팬들은 열광했다. 이글 퍼팅에 실패하여 우승하지 못했지만, 어렵기로 정평이 난 로열카운티다운에서 기록한 68/70/69/69타는 참가 선수 중 가장 안정된 플레이였다.
가장 큰 유러피언투어 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이 런던 근교의 웬트워스 골프클럽 서코스에서 열렸다. 마지막 날 17번 홀에 선 그는 선두에 두 타를 뒤지고 있었다. 301야드를 남겨 놓고 친 세컨샷이 그린에 올라갔고, 16걸음 이글 퍼팅에 성공하여 운집한 갤러리를 환호하게 했다. 18번 홀은 티샷을 잘 쳐도 핀까지 200야드 넘게 남고, 그린은 좁고 앞에는 개울이 있다. 매킬로이는 첫날 이곳에서 OB를 냈고, 셋째 날에는 물에 빠트렸다. 버디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기에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개울 앞에서 3온을 시도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스타일의 골퍼가 아니다. 250야드를 남겨 놓고 친 샷이 훅이 나서 개울에 미치지 못했다. 행운이었지만 러프였고 스탠스가 좋지 않아서 세 번째 샷을 핀에 부치기 어려웠다. 파를 기록한 그는 빌리 호셜(미국), 트리스턴 로런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2차 연장에서 이글을 기록한 빌리 호셜이 버디를 기록한 매킬로이를 이기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67/68/66/67타를 쳤다. 공격적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가장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골프 팬들은 가지게 되었다. 그는 12만 명의 관람객을 흥분시킬 줄 알았고, 패배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빌리 호셜은 37세로 매킬로이보다 두 살이 많다. 슬럼프를 겪었지만, 올해 디오픈에서 우승을 다퉜고, 여러 대회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선수가 나이가 들면서 퍼팅 실력이 떨어지는데, 그의 퍼팅은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 3라운드에서 기록한 7홀 연속 버디는 개인 최고 기록이다. 어쩌면 그의 전성기도 아직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44세의 애덤 스콧과 저스틴 로스도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애덤 스콧은 스코티시오픈에서 클럽하우스 리더였고, 저스틴 로스는 빌리 호셜처럼 디오픈에서 잰더 쇼플리와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투었다.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 17세가 되면 이미 정상급 기량에 도달한다. 운동선수로서 35세, 37세, 44세는 많은 나이다. 승부가 결정되고 모자를 벗어 인사한 로리 매킬로이의 머리에는 흰 머리카락이 있었고, 빌리 호셜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좀처럼 물러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승자인 빌리 호셜(오른쪽)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로리 매킬로이. 사진제공 ㅣ BMW그룹
나이가 많아지고 신체적 능력이 정점을 지나도 자신감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선수가 있음을 BMW PGA챔피언십에서 보았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전성기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믿는 선수가 있다.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다니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성기가 이미 지났다’는 생각을 가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회복력을 감소시키는 것은 신체적 능력이나 물리적 나이가 아니고,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상한’ 자기 최면이다.
윤영호 골프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