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 스포츠동아DB
2004년 프로 유니폼을 입은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39)는 ‘20년 동안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 한 번 못 밟은 선수’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뗐다. 19일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상대의 ‘발야구’를 강견으로 모두 저지하더니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 솔로홈런으로 KS 진출을 확정했다. 그는 “이 순간이 오기까지 꼬박 21년이 걸렸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내친김에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까지 떼보겠다”고 덧붙였다.
●“꼬리표 달고 있었는데…”
강민호는 감격에 겨울 수밖에 없었다. 햇수만 21년으로, 정규시즌 경기수는 2369경기에 달한다. KBO리그 통산 최다경기 출장자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14시즌(2004~2017년) 동안 포스트시즌(PS) 24경기를 치렀지만, PO 문턱 한번을 넘기가 어려웠다. 삼성 소속으로 2021년 PO에 직행해 다시 한번 기회를 노렸지만, 이때는 1승이 어려웠다. 이에 강민호는 “올해 PS에 오르고 후배들에게 ‘형, KS 냄새만이라도 맡고 싶다’고 했다”고 KS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큰지를 전했다.
올해 강민호가 KS를 밟게 되자, 그를 잇는 ‘KS 미출장 최다경기’ 기록을 지닌 선수들이 소환됐다. 롯데 출신이거나 현재 롯데 소속으로 뛰는 손아섭(NC 다이노스·2058경기), 이대호(은퇴·1971경기), 전준우(1725경기), 정훈(1399경기)이다. 강민호는 과거 이대호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형, 우리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 아닐까”라고 자조적 농담을 건넸는데, 어느새 입장이 달라졌다. 그는 “(손)아섭이, 전준우, 정훈, 이 친구들과 ‘KS 한 번 못 가봤다’는 꼬리표를 늘 달고 있었는데, 먼저 떼게 됐다”고 말했다.
●“할 수 있어”
강민호는 옛 롯데 동료들을 비롯해 KS 진출을 꿈꾸는 많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통산 최다출장 선수가 되고 나서야 KS 무대에 오른 만큼, 자신의 뒤를 이어서는 누구든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의 옛 롯데 동료 4명 외에도 이적 후 전 소속팀 LG가 지난해 KS에 진출한 채은성(한화 이글스·1267경기), 유강남(롯데·1203경기),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2014년)와 올해 KIA에서 KS 엔트리에 들지 못한 고종욱(1060경기) 등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강민호는 “너희들도 할 수 있어. 파이팅해”라고 응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