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미겔 리베라 감독은 새 시즌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부랴부랴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가운데)가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22일 삼성화재와 개막전에서 맥없이 1-3으로 패했다. 사진제공|KOVO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윈나우’를 선언했다. V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나경복과 세터 황택의가 군 복무를 마치고 정규리그 1라운드 막판 복귀하기 때문이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할 정도로 올 시즌 재도약을 별렀다.
그러나 시즌 개막과 함께 악재가 찾아왔다. 미겔 리베라 감독(스페인)이 삼성화재와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리베라 감독은 이달 초 경남 통영에서 막을 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이후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개막 미디어데이와 신인드래프트 등 주요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KB손해보험은 부랴부랴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아르헨티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2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와 원정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결과와 과정 모두 창단 이래 첫 최하위(7위)의 수모를 겪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다.
리베라 감독의 사임은 지난 시즌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아시아쿼터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등에서 판을 다 짜놓은 아헨 킴 감독(미국)이 개막 직전 돌연 사임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구상은 꼬였다. 킴 감독과 유사점이 없는 조 트린지 감독(미국) 체제에서 페퍼저축은행은 표류했다. 결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역대 최다 23연패의 불명예까지 안았다.
일단 KB손해보험은 팀의 배구 스타일과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차기 사령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블랑코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기며 변화를 최소화하고 있다. 리베라-블랑코 체제의 배구 스타일이 기존 국내 감독들보다 낫다고 판단했고, 리베라 감독 특유의 체계적 배구를 이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 양민용 사무국장은 “블랑코 대행은 리베라 감독이 수석코치를 선임할 때 약 3명의 후보를 두고 면접까지 봐서 뽑은 실력파다. 리베라 감독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아시아쿼터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함께 임했고, 감독 경험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팀에 가장 적합한 사령탑이라고 판단했다”며 “현재 블랑코 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과 새 감독 선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리베라 감독 체제에서 자리 잡아가던 체계적인 배구를 팀에 잘 이식시킬 수 있는 감독이라면 국적은 상관없다”고 밝혔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