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 외국인 감독들이 늘어나면서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왼쪽)과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두 팀의 승리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토종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김상우 감독, 한국전력은 권영민 감독이 이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계약을 연장한 이들은 V리그 남자부에서 ‘유이’한 국내 지도자다. 나머지 5개 구단은 모두 외국인 감독과 동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핀란드)이 지휘하고, KB손해보험은 건강상의 이유로 개막 직전 물러난 미겔 리베라 감독(스페인)을 대신해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아르헨티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벤치를 지킨다. 또 현대캐피탈은 필립 블랑 감독(프랑스), 우리카드는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브라질), OK저축은행은 오기노 마사지 감독(일본)에게 팀 운영을 맡겼다. 특히 블랑 감독은 일본남자배구대표팀을 세계적 강호로 끌어올린 명장이다.
당연히 새 시즌 판도 예상에선 외국인 감독들에게 무게추가 기울었다. 배구인들도, 팬들도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커리어를 쌓은 해외 사령탑들이 V리그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객관적 전력에서도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들이 삼성화재, 한국전력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V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우리가 더 외국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 김 감독과 권 감독도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지도자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 “(외국인 감독들의) 배구철학과 지도법을 배우고 싶다”는 의지도 있다.
그렇다고 호락호락 물러설 생각은 없다. 어차피 코트에 서면 모두가 같은 입장이다. 당당히 싸워 증명하고 싶다. 여기에 일종의 책임감도 있다. 결국 자신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만 다른 국내 감독들의 설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 세계적 트렌드 속에서 잘 이겨내야 고른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 권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외국인 감독이 갑자기 늘어난 현상이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럽다. 솔직히 안타까움도 느낀다. 우리는 늘 배울 준비가 돼 있다. 외국인 감독들도 우리를 존중하며 동반자로 여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만족스러운 첫걸음을 뗀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은 26일 수원체육관에서 격돌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