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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축구인생 출발선에 선 구자철, “내가 받은 사랑과 경험 바탕으로 한국축구 돕고 싶다”

입력 2025-01-14 14: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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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이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이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라운드를 누비는 구자철(36)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뛰며 한국축구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그의 열정과 의지는 변함없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내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축구화를 벗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선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한국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마지막 소속팀인 제주 SK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축구인생의 제2막을 연다.

2007년 제주 유니폼을 입은 구자철은 첫 등장부터 화려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공격적 재능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고, 2010년에는 제주의 역대 최고 성적인 리그 준우승에 앞장섰다.

2012런던올림픽은 최고의 기억이다. 당시 올림픽대표팀 주장을 맡은 그는 일본과 대회 3위 결정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번째 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그는 “런던올림픽 메달 시상식 단상에 서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기량을 꽃피웠다. 주 무대는 독일이었다. 구자철은 2011카타르아시안컵에서 5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뒤 볼프스부르크로 향했다. 2012년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 마인츠를 거치며 유럽 무대에 차츰 적응했고, 2015년 아우크스부르크로 돌아가 4년을 더 뛰었다. 독일에서 뛴 231경기 중 아우크스부르크 소속으로만 155경기에서 23골·13도움을 쌓으며 구단이 선정한 역대 베스트11에 들었다.

커리어의 시작과 끝은 모두 제주였다. 2019년부터 알가라파~알코르(이상 카타르)를 찍고 2022년 제주로 복귀한 그는 무릎과 발목 등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진 못했으나,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과 내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 후에도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힌 그는 “한국축구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내가 축구계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은퇴 후 첫걸음은 제주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다. 구단 홍보에 주력하는 앰배서더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평소 유소년 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꿈나무 양성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책을 택했다. 자신의 풍부한 유럽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주 선수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외국인선수 영입도 도울 계획이다.

구자철은 “독일에 있을 때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잘 길러내 그들이 한국축구의 대들보가 될 수 있게 돕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다만 서두르진 않겠다. 올해는 옆에서 지켜보며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겠다. 그다음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 스스로 매듭지을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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