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1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원정경기 도중 팀의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대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지는 법을 잊은 듯하다. ‘극강 모드’로 전환한 현대캐피탈은 ‘명가 재건’을 넘어 내친김에 ‘왕좌 탈환’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라이벌 삼성화재에 3-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12연승으로 19승2패, 승점 55를 마크한 1위 현대캐피탈은 2위 대한항공(12승8패·승점 40)과 격차를 더 크게 벌리면서 정규리그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현대캐피탈 쌍포의 위용은 후반기에도 그대로다. 외국인 주포 레오와 경험치가 쌓이며 ‘완전체 선수’로 발돋움한 허수봉은 대전 원정에서도 대단했다. 나란히 16점씩 뽑으며 막강한 화력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꾸준한 경기력이다. 현대캐피탈은 기복이 심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퍼포먼스로 경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간다.
비결 중 하나는 디테일한 선수단 관리다. 개막을 앞두고 시즌 일정을 파악한 필립 블랑 감독은 유럽을 비롯한 해외 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수가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좁은 지역에서 많은 활동량과 큰 동작이 자주 필요한 배구는 부상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V리그는 경기와 경기 사이 휴식일이 짧아 회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블랑 감독은 “경기수를 보니 적정한 휴식과 운동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봤다. 시즌 초 이미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시즌 중 진행되는 모든 훈련의 초점을 ‘부상 예방’에 맞췄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부터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팀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점프를 더 높이 하거나 공격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밸런스 유지에 목적을 둔다”는 것이 블랑 감독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일률적이고 획일화된 훈련은 아니다.
배준솔, 이재현 등 20대 초반 젊은피들과 문성민, 최민호 등 30대 후반 베테랑들이 골고루 섞인 선수단 구성을 고려해 각자 필요한 ‘맞춤형 훈련법’을 적용하고, 훈련 강도 역시 달리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쉴 때도, 훈련도 확실하다. 코칭스태프의 기준이 확실하다. 주기별, 상황별 훈련 강도와 세기도 정확히 맞춰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