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요니 치리노스가 22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이닝을 마무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LG는 선발투수들의 호투로 개막 4연승을 질주했다. 잠실|뉴시스
LG 트윈스는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개막 후 4연승을 질주했다. 투타의 밸런스가 눈부신 가운데, 특히 선발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4경기에서 LG 선발진의 성적은 4승, 평균자책점(ERA) 0.62다. 나머지 9개 팀과 견줘도 독보적 스타트다.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은 새 외국인투수 요니 치리노스는 기대한 만큼의 투구 내용은 아니었지만,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했다. 23일 마운드에 오른 좌완 손주영은 롯데 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봉쇄하고 자신과 팀의 올 시즌 첫 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치리노스와 손주영이 만든 쾌조의 흐름을 3·4선발이 이어갔다. 25일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7이닝 동안 1안타만 허용하는 대신 삼진은 8개나 잡아내는 무실점 역투로 QS+와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이어 임찬규는 26일 한화전에서 선발 4명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이날 그는 9이닝 동안 2안타 2볼넷만을 내주며 단 1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이처럼 LG 선발진이 상쾌한 출발을 보인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과거에는 특히 토종 선발진에 확실한 카드가 적었다. 2023년 염경엽 감독의 취임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매 시즌 초반 고민의 대상이었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3년 전반기 LG 선발진은 로테이션 자체가 잘 돌아가지 못했다. 토종 선발진에서 아쉬움이 컸고,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투수들도 적잖게 바뀌곤 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투수들도 부진했다. 특히 장수 외국인선수로 각광받은 케이시 켈리는 전반기 내내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해 코칭스태프를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개막 직후부터 ‘LG도 선발야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치리노스-에르난데스의 외인 원투펀치는 힘을 과시했고, 풀타임 선발 2년차를 맞이한 손주영은 빼어난 성장세를 알렸다. 구위가 강력하진 않지만,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으로 무장한 임찬규는 역시나 LG 선발진의 ‘상수’임을 입증했다.
LG는 지난해 실패한 KS 진출을 올 시즌 1차 목표로 정했다. 그 뒤 다시 한번 정상을 바라본다는 야심이다. 이를 위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는 동안 지난해 부진했던 타선과 불펜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선발진의 환골탈태까지 더해진다면, 올해 LG는 2년 전 통합우승을 차지했을 때처럼 KBO리그에 강력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