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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날씨 차이도 캐치…‘인간 ABS’ 홍창기의 스트라이크존 적응법

입력 2025-04-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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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1회말 무사 LG 홍창기가 좌전 안타를 치고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1회말 무사 LG 홍창기가 좌전 안타를 치고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되기 전에는 심판마다 볼·스트라이크의 판정이 조금씩 달랐다.

당시 KBO는 야구 규칙에 따라 홈플레이트의 좌·우 끝, 타자의 어깨와 허리 중간부터 무릎 사이를 스트라이크존으로 정했다.

단, 인간이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눈으로 설정하기에 약간의 오차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에 ‘오늘 존의 바깥쪽에 좀 더 후한 심판이 주심이니 타석에서 이 점에 유의하라’고 조언하는 코칭스태프도 있곤 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적응한 타자는 바로 홍창기(32·LG 트윈스)였다.

홍창기는 ABS가 도입되기 전인 2023년까지도 통산 0.426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판정의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달라져도 홍창기의 ‘눈’은 끄떡없었다.



홍창기는 ABS 도입 첫해였던 지난 시즌에도 0.447의 놀라운 출루율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세한 차이까지도 놓치지 않고 적응해낸 결과였다.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4회말 1사 3루 LG 홍창기가 1타점 외야 뜬공을 친 후 웃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4회말 1사 3루 LG 홍창기가 1타점 외야 뜬공을 친 후 웃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재 KBO는 구장마다 홈플레이트 쪽을 비추는 카메라를 설치해 정확한 규격에 맞게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한다.

이로 인해 실제 구장마다 ABS의 설정값 자체는 9개 구장이 모두 동일하다.

덕분에 선수들 중에선 심판과 시비를 가리지 않아도 돼 만족스러운 반응을 내놓는 타자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날씨, 바람을 비롯한 여러 요인에 따라 구장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선수들도 있다.

홍창기도 이 차이를 느끼는 타자 중 한 명이다.

그는 “구장마다, 날씨에 따라 아주 미세한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이에 따라 어떤 날에는 바깥쪽, 또 어떤 날에는 몸쪽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후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홍창기는 불만을 품기보다 빠르게 인정하고 적응에 시간을 더 쏟는다.

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선 홍창기의 존 적응에 대한 자세를 알 수 있는 장면도 나왔다.

이날 7회말 KIA 최지민과 0B-2S 승부에선 몸쪽을 깊숙이 찌른 3구째 직구에 몸을 피했음에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

다소 놀란 뒤 곧장 고개를 끄덕인 홍창기는 “공에 맞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어쨌든 스트라이크이지 않은가”라며 “신경 쓰기보다 ‘이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주의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간에도 모창민 타격코치님과 ‘오늘은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차이가 미세하게 느껴지는 듯하니 주의하자’고 의논한다”며 “코칭을 듣고 난 뒤에는 평소보다 가깝거나 멀어 보여도 방망이를 덜 내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1회말 2사 2루 LG 문보경이 우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1회말 2사 2루 LG 문보경이 우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자신만의 확실한 존과 남다른 적응력이 더해진 덕분에 최근 들어선 타격 사이클도 오르고 있다.

홍창기는 6일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시즌 11경기 타율 0.282, 7타점, 그리고 출루율 0.431을 기록 중이다.

LG도 홍창기의 활약에 힘입어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으며 1위를 굳건히 했다.

홍창기는 “아직 시즌의 극초반부이긴 하지만, 10승을 기점으로 20승과 30승, 나아가 70, 80승도 우리가 가장 먼저 도달하면 좋겠다”며 “앞으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팀의 승리에 더 많은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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