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우 동생’ 고지원, “언니 때문에 소외? 오히려 언니에게 감사”…고향 제주서 61번째 대회 만에 첫 정규투어 우승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이후 언니 고지우(왼쪽)와 포즈를 취한 고지원. 사진제공 | KLPGA

지난해 성적 부진 탓에 올 시즌 2부투어(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고지원(21)이 고향 제주에서 마침내 생애 첫 정규투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6월 맥콜·모나용평 오픈에서 우승한 언니 고지우(23)와 함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첫 단일 시즌 자매 동반우승이라는 값진 기록도 생산했다.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에 있는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쳐 노승희(24·19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을 품에 안았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후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고지원. 사진제공 | KLPGA

지난주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날 단독 선두로 챔피언조에 나섰지만 1타 차 공동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냈다. 부분 시드에서 벗어나 올 시즌 잔여 대회 출전은 물론이고 2027년까지 시드 걱정없이 정규투어를 누빌 수 있는 자격도 획득했다.

노승희(16언더파)에 2타, 윤이나(23·15언더파)에 3타 앞선 합계 18언더파 단독 1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고지원은 5번(파5) 홀에 이어 6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한때 4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4라운드 4번 홀에서 힘차게 티샷하고 있는 고지원. 사진제공 | KLPGA

하지만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이후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더 힘을 발휘했다. 노승희에게 2타 차로 쫓긴 15번(파4) 홀에선 노승희가 먼저 3.5m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흔들리지 않고 3m 파 퍼트를 집어넣는 뚝심을 과시했고, 다시 2타 차로 쫓긴 18번(파5) 홀에서는 샷 이글성 노승희의 세번째 샷이 나왔지만 위축되지 않고 똑같이 버디를 낚으며 결국 2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고지원은 “4일간 큰 무리없이 실수 없이 잘 한 것 같다. 만족스러운 경기를 해서 스스로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18번 홀에서 승희 언니 세 번째 샷이 홀컵 바로 옆에 붙은 것을 봤지만 나도 잘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쳤다”고 설명했다.

“언니와의 라이벌 의식은 딱히 없다. 언니 때문에 소외받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언니가 없었으면 더 소외됐을지도 모른다”면서 “이렇게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언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지우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고지우는 동생의 우승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포옹을 나누고 눈물을 글썽이며 애틋한 자매애를 보여줬다.

시즌 2승에 도전했던 노승희는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명승부를 연출해 박수를 받았다. ‘디펜딩 챔피언’ 윤이나는 합계 17언더파로 이다연(28)과 공동 3위에 올랐다. 전 세계랭킹 1위 박성현(32)도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아 합계 14언더파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