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가라비토(왼쪽)는 22일 한화와 PO 4차전에 구원등판해 2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7-4 승리를 이끌고 KBO리그 PS 첫 승리를 맛봤다. 7회초를 실점 없이 넘긴 뒤 강민호와 하이파이브하는 가라비토. 대구|뉴시스
“헤르손 가라비토도 불펜으로 준비하겠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49)은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화 이글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서 4-5로 패한 뒤 22일 PO 4차전에 활용할 카드를 공개했다. 패배는 올 시즌 마감으로 이어지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했다. 선발 자원인 가라비토(30)의 불펜 투입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김 감독은 PO 4차전 시작에 앞서서도 “가라비토가 오늘 등판하면 24일 5차전 선발투수는 최원태다. 가라비토가 등판하지 않고 이기면 5차전에 나서면 된다”고 말했다.
선발 매치업에선 원태인(25)이 나선 삼성이 올해 신인 정우주(19)를 내보낸 한화와 비교해 우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예상을 빗나갔다. 원태인이 1회초 문현빈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먼저 실점했다. 0-1로 뒤진 5회초에는 3점홈런까지 허용했다. 0-4가 되면서 사실상 승부가 기운 듯했다. 원태인은 5이닝 6안타 1홈런 무4사구 3탈삼진 4실점한 뒤 교체됐다.
가라비토는 0-4로 뒤진 6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가라비토가 실점을 막고 타선이 터지길 바라야 했다. 그 어려운 일을 삼성이 해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낸 가라비토는 4타수 3안타 2홈런 6타점을 뽑은 김영웅(22) 못지않은 수훈선수였다.
가라비토는 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틀어막고 팀의 7-4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KBO리그 가을야구 첫 승리였다. 18일 PO 1차전서 아쉬운 송구 실책을 포함해 3.1이닝 7안타 3사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져 패배(8-9)의 빌미를 제공했던 아쉬움을 씻어냈다. 시속 150㎞대 중반의 직구에는 힘이 넘쳤다.
가라비토가 마운드에서 버티는 동안 삼성은 김영웅의 3점홈런 2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 덕에 가라비토의 KBO리그 가을야구 첫 승 요건이 완성됐다. 그에게 배턴을 넘겨받은 이호성, 김재윤이 1이닝씩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그는 정규시즌 도중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투구 동작이 다소 느린 탓에 상대 주자들이 손쉽게 도루를 내줄 수 있다는 약점이 드러났다.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흐름이 뒤바뀌는 가을야구서 그의 느린 투구 동작은 작지 않은 위험요소였다.
그러나 그 우려마저 씻어냈다. 가라비토는 주자를 신경 쓰는 대신 최고의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데 집중했다. 7회초 2사 2·3루의 위기를 넘기니 김영웅의 홈런이 터졌고, 팀과 가라비토 모두 환호할 수 있었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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