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약 100여두의 씨수말이 활동 중이다. 이들의 경쟁은 곧 한국경마 혈통 판도를 보여준다. 한 해 최고의 씨수말을 ‘리딩 사이어(Leading Sire)’라고 하는데, 1년간 씨수말의 자마들이 경주에 출전해 벌어들인 총상금의 합계로 결정된다.

2025년 한국 경마는 ‘메니피’ 사후 절대 강자급 씨수말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한센’이 3년 연속 리딩 사이어 자리를 지켰지만 2·3위와의 격차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판도 변화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닉스고’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센은 지난해에도 자마들의 다승 활약에 힘입어 최고 씨수말로 군림했다. 200두가 넘는 자마들이 단·중거리 경주에 고르게 출전하며 안정적으로 상금을 쌓았다. 자마 평균상금(AEI)이 1을 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하위 등급부터 상위 등급까지 폭넓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 강점이다.

‘카우보이칼’은 대상경주에서 약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자마들이 좋은 성적을 내며 전체 씨수말 중 2위를 기록, 실속 있는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스프린터 시리즈 3관왕 ‘빈체로카발로’의 활약은 상위권 씨수말로서 입지를 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향후 다른 자마들의 단거리 활약 또한 기대를 받고 있다.

3위를 차지한 ‘투아너앤드서브’의 대표자마는 ‘글로벌히트’다. 글로벌히트가 부상 없이 대통령배와 그랑프리에서 활약을 해주었더라면 보다 높은 순위도 가능했다. 앞으로 또 한 번 ‘청담도끼’와 ‘글로벌히트’의 뒤를 잇는 걸출한 자마를 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4년 10위였던 ‘섀클포드’는 지난해 4위로 급상승했고 자마들이 데뷔한지 3년 차(4세마)인 씨수말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현재 1등급 자마는 없지만, 2024년 코리안오크스 우승마 ‘이클립스베리’와 지난해 농협중앙회장배 우승마 ‘치프스타’ 등 유망주를 배출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치프스타가 올해 3세 암말 대상경주에서 활약을 이어간다면 높은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9위에 이름을 올린 ‘언캡처드’는 매년 대상경주 우승마를 배출하며 씨수말로써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자마수는 적지만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예 자마들이 주요 경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부마의 가치를 급상승시켰다. 특히 트리플크라운 경주 2회를 포함해 총 3회의 대상경주를 우승한 ‘오아시스블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미 생을 마감했지만 메니피는 지난해 출전 자마가 29두에 불과했음에도 전체 15위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연도대표마 ‘스피드영’이 성적을 견인했다. 대를 잇는 ‘파워블레이드’(13위)와 ‘세이브더월드’(23위)의 활약 또한 메니피 혈통의 우수성을 뒷받침했다. 특히 파워블레이드는 국내 경주마 출신 씨수말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여기서 주목할 말이 닉스고다. 국내에서는 아직 씨수말 활동을 시작하지 않아 이번 순위에 이름이 없지만, 미국에서 먼저 데뷔한 자마들이 승전보를 전해옴에 따라 국내 생산 농가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닉스고는 향후 한국 경마 혈통 지도를 바꿀 핵심 씨수말 후보로 평가받는다.

2025년 씨수말 성적은 특정 씨수말의 독주보다는 자마들의 적성과 특징에 따른 다변화된 경쟁 체제가 정착됐음을 보여준다. 이 내용과 관련한 자세한 분석은 한국마사회 경마방송 KR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