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인사회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에게 포상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인사회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에게 포상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상징으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이 e스포츠 선수 최초로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받자, 예상치 못한 질문이 뒤따랐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국가보훈부가 공식 SNS 카드뉴스까지 만들어 설명에 나선 이유다. 서른 살 현역 선수에게 ‘사후 안장’이 거론되는 장면은 이례적이었다.

보훈부의 설명은 명확하다. 체육훈장 청룡장 수훈자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다. 따라서 별도의 절차 없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대상도 아니다. 다만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사회공헌자로 분류될 수 있고, 이 경우 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안장이 결정될 수 있다.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확정은 아니다. 다만 손기정처럼 심의를 거쳐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이, 가능성의 구조를 설명하는 참고 사례로 언급됐다.

문제는 제도보다 타이밍이다. 아직 현역 한가운데 있는 선수를 두고 ‘현충원’이 언급되는 풍경은 그 자체로 지금 e스포츠의 위상을 보여준다. 동시에 어딘가 어색하다. 페이커의 업적이 크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 그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충원 논의는 공적의 총량을 가늠하는 자리다. 그런데 지금은 총량을 논할 시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오해가 하나 있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으면 자동으로 현충원에 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다. 그렇지 않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이지만, 이 역시 국가유공자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체육훈장과 마찬가지로 국가사회공헌자로 분류돼 심의를 거쳐야 한다. 훈장의 급과 현충원 안장은 직결되지 않는다. 기준은 상징성이 아니라 법적 지위다.

그렇다면 페이커가 언젠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답은 하나다. 자동으로 정해지는 길은 없고, 시간과 평가가 쌓여야 한다. 선수로서의 성과뿐 아니라 e스포츠가 한국 사회에 남긴 의미, 국제적 영향력, 후대에 미친 파급력까지 종합적으로 판단받아야 한다. 손기정이 그랬고, 지금까지 현충원에 안장된 여섯 명의 스포츠인 모두가 그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가능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왜 이렇게 이른 시점에 이런 질문이 쏟아졌느냐다. 페이커는 아직 기록을 더 쓸 수 있는 사람이고, 현충원은 기록이 모두 끝난 뒤에 열리는 공간이다. 지금 이 논의는 예우의 과잉이라기보다, e스포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에 가깝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충원은 서두른다고 가까워지는 곳이 아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