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해 12월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해 12월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2일(한국시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산타클라라|AP뉴시스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2일(한국시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산타클라라|AP뉴시스

[스포츠동아 백현기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북중미월드컵 공동 개최국 미국의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의 퇴장 징계를 유예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의혹과 개최국 특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CNN과 ESPN 등 복수의 미국 매체는 6일(한국시간) “FIFA가 발로건의 출전정지 처분 집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미국은 이번 대회 3골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핵심 공격수 발로건을 7일 벨기에와 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 출전시킬 수 있게 됐다.

발로건은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32강전(미국 2-0 승) 후반 16분 상대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사수올로)의 오른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규정대로라면 그는 다음 경기를 뛸 수 없었다.

그러나 FIFA는 징계규정 제27조를 적용해 그의 출전정지를 유예했다. 제27조에는 ‘징계 조치의 시행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월드컵서 퇴장 징계를 사실상 무력화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통화한 뒤 이 같은 예외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백악관이 발로건의 징계 해제를 위해 FIFA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엄청난 불의를 바로잡아 준 FIFA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월드컵서 가장 확실했던 규칙 하나가 무너졌다”며 “형식적으로는 출전정지를 유예했지만 가장 중요한 토너먼트 경기 출전을 허용한 만큼 징계 면제와 다름없는 조치”라며 FIFA를 비판했다. 월드컵서 레드카드를 받고도 다음 경기에 출전한 사례는 1962년 브라질의 가린샤 이후 64년 만이다. BBC는 이어 “이번 사례가 새로운 선례를 남기면서 앞으로 각국 협회가 비슷한 징계 유예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