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이 29일 잠실 LG전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먼저 연습을 끝낸 LG 양상문 코치가 뚜벅뚜벅 두산측 덕아웃으로 걸어왔다. 양 코치와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은 일부러 마중을 나가 ‘1년 후배’인 양 코치를 향해 먼저 고개를 숙였다. “금메달 기 받으러 왔다. 정말 축하드린다”는 양 코치의 말에 “고맙다”고 답할 때만 해도 그냥 평범(?)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면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모양. 김 감독은 “묘하게 일정 짜데. 왜 하필 우리냐”고 한마디 했다. 올림픽에 함께 나갔던 에이스 봉중근이 이날 LG 선발로 등판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SK 김광현이나 KIA 윤석민 등 대부분 올림픽 멤버들이 전날 선발 등판하며 복귀전을 치렀는데 왜 유독 봉중근만 충분한 휴식 뒤 두산에 나서느냐는 뜻. 양 코치도 가만히 듣고만 있을리 없을 터. “중근이가 감독님 앞에서 한 번 더 던진다고 일부러 두산전에 나서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변에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또 뽑아달라는 뜻 아니겠느냐’는 섣부른 농담도 나왔다. 아무튼 한 방 맞은 듯 허허 웃음을 터뜨린 김 감독은 양 코치가 사라진 뒤 봉중근이 예선 풀리그 1차전 미국전 선발로 나섰던 것을 떠올리며 혼잣말로 한마디 내뱉었다. “중근이가 제일 어려운 게임에서 정말 잘 해줬지. 부담감이 많았을텐데….” 잠실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