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 되면 선수 영입을 위해 도미니카의 윈터리그를 참관합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앨버트 푸홀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매니 라미레스 등을 배출한 나라답게 도미니카를 방문할 때면 언제나 공항에서부터 야구의 나라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공항 가득 진열된 메이저리그 모자부터 스피드건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공항 검색대 직원들까지. 과거 스페인의 식민 지배 후 남아있던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야구는 그들의 삶 전부입니다. 도미니카 아이들의 꿈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잠재력을 지닌 아이는 10대 중반이 되면 미국 구단과 계약을 맺고 3-4년간 야구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습니다.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훈련과 연습경기의 반복입니다. 훈련 기간 중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500 달러 월급이 전부입니다. 대부분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8년 이상의 시간을 오로지 야구에 바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메이저리거가 된 도미니카 선수들은 대부분 30대 초반까지 미국리그에서 활약하다 일본과 한국으로 건너가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멕시코나 대만으로 갑니다. 겨울이 되면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집 근처 팀과 계약한 후 3개월가량 윈터리그에서 뜁니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는 대개 4만 달러 정도를 월급으로 지급받고,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 호세 에레라(2001년 SK·2002년 롯데)와 같은 후보 선수는 최저 연봉 수준인 2000달러를 월급으로 받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수도 산토도밍고에 위치한 팀인 리세이 타이거스 구단은 치어리더 응원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닝 중간과 홈팀의 득점 시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특유의 유연한 율동을 관중들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출장 중 올해 KIA 선수로 활약했던 호세 리마를 잠시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리마는 모국 도미니카에서도 여전히 ‘리마 타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시카고 시민은 야구를 위해 태어나고, 보스턴 시민은 레드삭스를 위해 태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 국민들의 야구 열정은 그 이상의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야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목적이자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한화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겸 통역.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기에 행복하다. 구단 프런트에 앞서 한 사람의 야구팬으로서 재미있는 뒷담화를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