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일본킬러’이선희코치가분석한WBC대표팀

입력 2009-03-31 10: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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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의 하이라이트는 5번의 한일전이었다. 두 팀은 경기마다 피를 말리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야구팬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물했다. 유일한 오점이라면 결말이 우리 대표팀의 승리로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이처럼 심장이 멎을 듯한 명승부를 수 없이 만들어내는 한일전이 열릴 때마다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원조 ‘일본킬러’ 이선희. 현재 삼성 라이온즈의 스카우트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이선희 씨를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또 다른 이선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봉중근, 기싸움에서 일본 눌렀다” 이 코치는 봉중근의 당당한 ‘기백’을 일본전 호투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기싸움에서 일본을 누르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는 것. 이 코치는 “봉중근은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넘쳤다”면서 “투지와 기백에서 일본타자들을 압도한 것부터 승리를 안고 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칭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봉중근의 ‘몸쪽 직구’, ‘안정된 제구력’, ‘서클 체인지업’을 칭찬했다. 이 코치는 “바깥쪽에 초점을 맞추고 짧게 끊어 때리는 일본 타자들에게 몸쪽 직구를 역으로 뿌린 것이 위력적이었다. 실투가 없을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었으며, 슬라이더와 커브에 익숙한 일본 타자들에게 서클체인지업을 던져 타이밍을 빼앗은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정현욱 호투, 나도 놀랐다” 김인식 감독은 ‘국민노예’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 정현욱을 WBC 준우승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이 코치도 “정현욱이 없었다면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놀랐을 만큼 대단한 피칭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현욱과 같은 삼성 소속인 이 코치는 ‘높낮이를 이용한 피칭’을 높이 평가했다. 이 코치는 “타자 눈높이로 들어 오는 라이징패스트볼과 무릎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졌다. 적극적인 외국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절묘한 피칭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정현욱의 구위가 좋지 않았다면 높낮이에 변화를 주는 피칭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칭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코치는 “좋은 구위를 갖고도 독한 구석이 없는 소극적인 스타일이었는데. 힘든 일과 군복무를 하면서 성숙해지고 노련해졌다. 이제는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다. ○”김광현, 잡념이 패배 불러” 이 코치는 WBC대회 당시 김광현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선희-구대성으로 이어지는 좌완 일본킬러의 계보를 김광현이 이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김광현은 한국과의 아시아라운드에서 많은 실점을 허용하며 난타를 당했다. 이 코치는 김광현의 부진을 ‘잡념이 낳은 패배’라고 분석했다. “올림픽 때처럼 투구에만 신경을 썼었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멋을 부렸다. 일본 타선을 압도하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힘이 들어갔다”는 것이 이 코치의 설명. 이어 이 코치는 “힘이 들어가면서 제구가 흔들렸고, 제구력 난조는 심리적인 불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변함없는 한일전…나는 져 본 적이 없다” 우리 투수들의 피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털어 놓은 이 코치는 선수시절 한일전에 대한 기억도 꺼내 놓았다. 이 코치는 “과거에도 한일전은 전쟁이었고, 무조건 이겨야만 했다”고 말한 뒤 “매스컴의 영향을 많이 받고 분업화, 세분화, 전문화된 것만 달라졌을 뿐 한일전을 치르는 모습은 20-30년 전과 같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많은 한일전에 등판했지만 일본에 졌던 기억은 없다. 국제대회, 사회인대회 등 일본전에 등판하면 무조건 이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일본에 유독 강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픽오프 동작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좋았다. 1루에 주자가 출루하더라도 견제동작으로 일본 선수들의 빠른 발을 봉쇄해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대답했다. ○우리 투수들은 세계 정상급 수준, 자부심 가져야” 투수 출신인 이 코치는 우리 투수들의 능력이 세계정상급 투수들과 겨루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선수층은 얇지만 각 팀의 에이스들의 기량은 이미 세계정상급에 올라 있다”며 “우리 투수들이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WBC 같은 큰 국제대회에서 주눅들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은 우리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한국의 야구위상을 높여줘 야구 선배로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유영주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박형주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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