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은 15일(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원정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6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메이저리그(ML)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이닝, 최다 삼진으로 평균자책점(ERA)을 0.63까지 낮췄다.
이날 피칭은 단순한 호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려를 자아냈던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당초 2일 신시내티 레즈전(5이닝 무실점) 이후 7일 시카고 컵스전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5일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인해 입원하며 컵스전 등판은 취소됐다. 가벼운 증세였지만 병명이 신장경색으로 낯설었기 때문에 우려가 컸다.
하지만 김광현은 밀워키 타선을 완벽히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도 건강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김광현은 “몸 상태는 자신한다. 불의의 부상이 생기지 않는 한 전혀 문제가 없다. 투구 중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영어로 “돈 워리”라고 외쳤다. KBO리그에서도 팬들을 사로잡았던 특유의 익살 섞인 자신감은 그대로였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될 만큼 낯선 투수. 하지만 이미 KBO리그에서 13년간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다. 마운드에서의 운영은 이러한 여유와 관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타나는 센스 있는 발언에 ML 취재진과 팬들의 관심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김광현의 너스레는 처음이 아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2월 27일, 김광현은 마이애미 말린스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 무안타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나흘 전인 23일 뉴욕 메츠전(1이닝 무실점)에 이어 처음 선발등판 경기. 당시 현지 취재진은 낯선 투수의 짧은 인터벌과 공격성에 주목했다. 이에 김광현은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웠다. 야수들에게 빠른 휴식을 주고 싶었다. ML 커미셔너도 빠른 경기 진행을 원하지 않나. 기자들에게도 빠른 퇴근을 선물하려 했다”는 농담을 건넸다. 시범경기이긴 해도 ML 첫 선발등판을 마친 선수라고는 느낄 수 없는 여유였다. 김광현의 ML 정복기는 이때 시작됐을 지도 모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