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리뷰] 8K 엮어낸 체인지업의 위력

입력 2021-05-06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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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BO리그에서 ‘대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의 투구에서 메이저리그(ML) 데뷔 후 첫 선발등판의 압박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향후 기대를 걸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투구였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3.1이닝 동안 4안타 1홈런 1볼넷 8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ML 첫 승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본인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팀 승리(3-1)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 자체만으로 의미가 컸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 구속 91.4마일(147.1㎞)의 직구(25개)와 체인지업(24개), 슬라이더(15개), 커브(2개)를 섞어 총 66구를 던졌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66.7%(44개)로 준수했다. 특히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은 체인지업의 위력이 돋보였다.

양현종은 국내에서도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체인지업은 구속을 줄여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이기에 직구를 던질 때와 같은 팔스윙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에 능한 양현종의 메커니즘에 ML 타자들도 손을 쓰지 못했다. 이날 8개의 삼진을 엮어낸 결정구 중 5개가 체인지업이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장면들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체인지업뿐 아니라 슬라이더(2개)와 직구(1개)도 결정구로 자신 있게 활용하며 ‘팔색조’ 투수임을 입증했다. KBO리그 시절과 비교해 커브를 많이 던지진 않았지만, 나머지 구종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 ‘포 피치’ 투수임을 과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3.1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낚은 것은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텍사스 구단에 따르면, 양현종 이전에 3.1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엮어낸 투수는 1980년 8월 17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 2번째 투수로 나섰던 대니 다윈이 유일했다. 텍사스 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라커룸에서 카우보이모자를 쓴 양현종의 사진과 함께 ‘스트롱 양(Strong Yang)’이라는 글을 남겼다. 구단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선발 데뷔전이었다는 의미다. 양현종의 입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의미가 적지않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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