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넘기엔 한국낭자들의 경험이 부족했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마스터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최나연(21·SK텔레콤·사진)과 안젤라 박(20·LG전자)이 노장 헬렌 알프레드손(43·스웨덴)과 15언더파 273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역전패를 당했다.
선두에 4타차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나연은 시작부터 슈퍼샷을 뿜어내며 단숨에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13번홀(파4)까지 버디 9개에 보기는 1개에 그치면서 무려 8타를 줄였다. 운명의 장난은 15번홀(파5)에서부터 시작됐다. 리더보드 상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본 최나연은 이때부터 샷이 흔들렸다.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16번홀(파4)에서 또 다시 보기로 무너지며 연장 승부를 허용하고 말았다. 뒤따라온 알프레드손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나연이 흔들린 사이 17번(파3)과 18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동타를 만들었다.
안젤라 박은 뒷심에서 밀렸다. 1번홀(파4)을 보기로 시작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9번홀(파5)에서 다시 한 타를 잃으며 선두자리를 빼앗겼다. 후반 들어 3타를 줄이면서 막차로 최나연, 헬렌 알프레드손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 승부는 그린에서 싸움이었다. 알프레드손만 2온에 성공했고, 최나연은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50cm에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린 안젤라 박은 회심의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는 듯 보였지만 한바퀴 돌아 밖으로 튕겨 나오면서 첫 번째 탈락자가 됐다.
연장 두 번째 홀은 최나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이글 기회에서 최나연의 퍼트가 홀을 벗어났지만 무난히 버디가 가능한 거리를 남겨 뒀다. 그러나 알프레드손이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재연장에 돌입했다.
세 번째 홀에서 최나연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둘 다 티샷이 왼쪽 나무숲 쪽으로 날아갔지만 알프레드손의 볼은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쪽으로 들어왔고, 최나연의 볼은 나무 밑에 떨어졌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린 알프레드손이 먼저 이글 퍼트를 시도했다. 홀을 벗어났지만 1.2m의 짧은 버디 퍼트를 남겨둬 최나연에게는 부담이 됐다. 최나연이 2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났고, 알프레드손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알프레드손의 우승 원동력은 침착함과 노련미였다. LPGA투어로 승격되기 전인 1994년과 1998년 우승에 이어 애비앙마스터스 세 번째 우승으로 LPGA투어에서 5년 만에 맛보는 통산 6승째를 달성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