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LIV 골프 전격 합병…DP월드 투어와 함께 2024년부터 새 투어 출범시킬 듯

사진출처 | PGA 투어 홈페이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아 출범한 ‘앙숙’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LIV 골프)와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와 함께 새로운 통합 투어의 닻을 올린다.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는 7일(한국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골프의 전 세계적 통합을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통합하기로 했다”며 “새 법인은 세계 최고 선수들에게 경쟁의 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설립되는 단체의 이름은 추후 발표된다.

세 단체의 통합 계약에 따라 PIF는 공동 운영 법인의 독점 투자자가 되고,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가 새 법인의 최고 경영자를 맡는다. PIF 총재인 야시르 알-루마얀이 회장에 오른다.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단 2023시즌까지는 기존 단체별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내년 새 투어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합병 발표와 함께 세 단체는 그동안 진행된 모든 관련 법정 소송도 취하하기로 했다. 이로써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로부터 영구 제명 조치와 함께 벌금을 부과받은 LIV 골프 선수들은 회원 재가입이 가능해졌다.

2021년 10월 설립된 LIV 골프는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세탁하기 위한 ‘스포츠 워싱’으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PIF의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필 미켈슨을 비롯해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 PGA 투어 간판선수들을 영입했고, 지난해 6월 공식 출범 이후 최근까지도 PGA 투어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물론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PGA 투어 ‘사수파’는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을 ‘배신자’, ‘악마’ 등으로 묘사하며 거세게 비난해 왔다.

묘하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의 중동 내 입지를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를 찾아 공식 일정을 시작한 이날, 세 단체의 전격 합병 발표가 나오면서 이번 결정에 정치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PGA 투어와 LIV 소속 선수들 간의 깊은 앙금이 ‘뜬금없는’ 이번 발표로 곧바로 해소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 시선도 제기된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합병을 PGA 투어가 아닌 PIF의 승리로 보는 분위기다. 뉴욕 타임스는 “세계스포츠에서 역할을 하려는 사우디의 행보 중 가장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고, 골프위크는 “사우디의 적대적 인수합병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이번 조치로 LIV 골프로 이적했던 선수들이 ‘최종 승자’라는 말도 나온다. LIV 골프로 옮기면서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챙긴데다 불과 1년여 만에 PGA 투어와 LIV 골프가 사실상 합병을 선언하면서 예전처럼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LIV 골프 간판이자 그동안 PGA 투어의 ‘공공의 적’으로 불렸던 미켈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은 최고의 날”이라고 반겼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