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대표팀감독인터뷰“무소의뿔처럼7회연속본선무대돌진”

입력 2009-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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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에도 스포츠의 감동은 계속된다! 올해도 태극전사들은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기 위해 신년벽두부터 힘찬 용틀임을 준비 중이다. 국내 양대 인기종목인 축구와 야구도 마찬가지.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월 11일 난적 이란과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무대 진출을 향한 열정과 집념을 불사른다. 6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최종전까지 4개월여에 걸쳐 대한민국은 온통 ‘붉은 악마’의 함성으로 뒤덮일 전망이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하는 야구대표팀도 3월 일본과 미국에서 잇달아 펼쳐지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 3년 전 초대 대회 4강과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우승의 영광을 재현한다.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2009년 한국축구의 첫 테이프를 끊는 주인공은 축구대표팀이다. 2월 11일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 이란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이날 결과가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올 해 한국축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에게 2009년을 맞은 소감을 들어봤다. 지난 해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며 한결 여유를 찾은 듯했다. 허 감독은 “사력을 다해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을 달성하겠다. 매 경기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첫 테이프를 잘 끊는 게 중요하다 대표팀에 2월 이란전은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다. 유례없는 1월 동계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유럽파가 많은 만만치 않은 상대인 이란을 체력 소모가 심한 고지에서 상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축구의 2009년 첫 경기라는 점에서 결과가 축구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허 감독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대표팀이 올 해 첫 테이프를 끊게 됐잖아요. 대표팀 뿐 아니라 한국축구 등 모든 면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솔직히 지금은 다른 생각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란전 준비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사우디 원정에서 승리해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본선행을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해요.” 허 감독의 말에서 무거운 책임과 약간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우디전 2-0 승리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본선행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 원정 준비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이란 원정경기는 K리그 비시즌에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K리그 팀들에 양해를 구해 동계훈련을 하게 됐어요. 어려운 결정을 해준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잘 준비해야 하고, 좋은 성과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위기를 넘어야 본선이 보인다 허 감독은 2009년 새해 대표팀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 “인생도 굴곡이 있듯 대표팀의 최종예선전에도 한번쯤은 위기가 올 것 같아요. 축구가 변수가 많은 종목이잖아요. 핵심선수들의 부상, 약팀과의 무승부 등 예상치 못한 일로 대표팀이 한번쯤은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위기를 잘 넘기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위기를 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감독이 주목하는 시기는 6월 초. 6월 6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전을 치른 뒤 4일 만에 다시 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6월 초면 K리그가 한창 시즌이고, 유럽축구는 휴식기에 돌입하는 시기에요. 6월 스케줄 상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차근차근 승점을 쌓아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절대 방심하면 안 되죠.” ○세대교체는 여전히 진행형 허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해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점이다. 한국축구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기성용, 이청용을 비롯해 정성훈, 이정수, 곽태휘 등 뉴 페이스들이 대표팀을 점령했다. 이제 2002년 월드컵 스타 중 남은 선수는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에 불과하다. 허 감독의 이런 실험은 초기에 거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실패를 거듭했지만 서서히 본궤도에 진입하며 대표팀이 안정을 되찾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대표팀 부임 초기부터 우리 코칭스태프는 한결같이 201O년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여러 선수들을 데려다 테스트를 했습니다. 실패할 땐 거센 비난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슬슬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허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세대교체는 아직 절반도 이뤄지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을 많이 발탁했죠. 사실 그때 저는 내심 2002년 월드컵대표팀 감독까지 노려서 그렇게 팀을 운영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대표팀 감독은 아니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멤버들이 2002년에 꽃을 피워 4강 신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어린 선수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죠. 하지만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경험을 늘리고, 기량을 발전시키면 또 하나의 신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동국, 설기현, 이천수 아직 기회는 있다 대표팀이 많이 어려지면서 붙박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단골 멤버들이 많이 제외됐다. 그 가운데 설기현과 이천수는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허정무호에 잠시 올라탔다가 하차했다. 이동국은 2007년 아시안컵 음주파문으로 인한 징계 등으로 오랫동안 대표팀을 떠나있었다. 이들 3명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허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수들이 지금 가장 활발하게 해줘야하는데 저도 아주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이동국, 설기현, 이천수가 여전히 좋은 기량을 발휘했다면 대표팀은 더 저력을 갖춘 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여러 가지 이유로 기량이 너무 쉽게 떨어졌어요. 반성하고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뒤 그는 이들을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설기현과는 가끔 통화하며 몸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동국, 이천수는 국내에 머물고 있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들을 꾸준하게 관찰하면서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대표팀은 항상 문이 열려 있습니다. 이동국, 설기현, 이천수 뿐이 아니에요.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라면 누구라도 대표팀에 불러 직접 눈으로 확인할 생각입니다. 내일 은퇴하더라도 오늘까지 전진하는 선수들을 원합니다. 그런 정신력과 도전정신 등 준비된 선수는 누구라도 대표선수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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